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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에세이] 어메, 벌써 끝나 부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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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에세이] 어메, 벌써 끝나 부렀네요

[글로벌이코노믹 기획]-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20)
목요일, 웹소설 창작 방과후 수업

1학년 조호희, 김서영, 김은혜가 노트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가락은 연신 자판을 두드린다. 웹소설 전개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짜증내던 호희가 먼저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노트북 자판이 부서져라 웹소설 창작에 열중이다.

“자신의 웹소설을 써 내려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친구나 선후배가 써 놓은 작품들도 읽어주는 센스를 부탁한다. 야그들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댓글을 통해 전달하고 오타나 문장의 어색함이나 맞춤법 등도 신경 써 주기 바란다. 글구, 하나 더, 별점 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자 오늘도 파이팅.”

민초 쌤의 수업 진행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 되자, 아이들은 컴퓨터 포털 사이트 웹소설 창을 열기 시작한다. 일주일을 기다려 온 창작의 고통시간,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몰입하기 시작한다.
“쌤, 질문이 있는디유, 혹시 다른 사람이 올린 소설이나, 웹툰을 보구 아이디어를 얻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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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방과후 창작시간, 무엇인가 아쉬운 듯 호희가 부끄럽게 손을 꼬며, 질문을 던진다. 반갑고 대견한 마음에 얼른 답을 말해 주었다.

“오 그래, 울 호희, 고맙다. 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해 주어서 말야. 음, 웹소설도 창작의 기초는 다른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기본적인 출발점이란다. 호희야. 아이디어를 위해서 다른 작품이나 웹툰을 감상하는 것은 좋아. 하지만 쌤의 눈을 속이고 계속 웹툰을 감상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용서 못한다. 잉.”

“그럼요. 쌤, 호희는 착해서 그럴 리가 없어요. 다른 친구는 몰라도 호희는 모범생이거든요. 지하구 은혜도 다른 작품과 웹툰 감상 후 아이디어를 얻어 작성할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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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힘들다며, 한 학기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서영이와 은혜가 2~3개월 웹소설 창작반 수업을 통해 부쩍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부끄러워 교무실 출입은 물론 선생님들께 질문도 잘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의 학창시절은 아이들의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참 부끄러움 그 자체이다. 아니, 호희, 은혜, 서영이는 정말 대단하고 부러운 제자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막급이다. 어리석고 실현 불가능한 일이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멋지게 생활하고 싶다.

참 좋았던 그 시절을 배경삼아 웹소설의 밑그림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 배경 위에 어릴 적 친구들을 등장인물로 설정하여 멋들어지게 소설을 전개하고 싶다. 그 위로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려온다.

“어메, 방과후 웹소설 창작반이 벌써 끝나 부렀네요 잉. 아쉽네요.”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