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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에세이] '나' 플러스 '너'=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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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에세이] '나' 플러스 '너'=눈사람

[글로벌이코노믹 기획]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22)
12월의 매서운 칼바람.

드디어 용북의 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은 두툼한 복장으로 몸을 움츠리고 교실에만 머무르려고 한다. 이런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껏 멋을 부리고 얇은 옷으로 ‘콜록콜록’을 연신 하늘을 향해 날리는 아이들이 있다.

“1학년 후배 야그들아,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어야지. 울 학교 겨울은 장난이 아녀. 다른 학교랑 비교하면 안된다니까. 보거라,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한 울 학교, 그렇다고 여름에 시원하냐 그것도 아녀, 겨울은 뒤지게 춥고, 길게 느껴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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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사승미와 박수아 학생의 말이다. 두 여학생 선배가 그래도 학교생활의 고참(?)답게 후배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전달되기에 충분하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우리 학교는 정말 겨울이 길게 느껴지고 춥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늘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삼삼오오 구름처럼 몰려다니며, 온 교정을 다 접수해 버린다. 손이 빨개지면서도 장갑도 끼지 않고 눈을 뭉치며 즐겁게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1학년 민석이, 지범이, 지환이, 명철이, 한형이가 대운동장 한 가운데에 커다란 눈뭉치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한 명씩 올라가 무엇이 그리도 만족스러운지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러대며, 이미 눈사람이 되고 있었다.

“야그들아, 손 시럽지 않니? 동상이 걱정되는디, 쌤이. 글구 눈사람은 왜 완성하지 않고 미완성이니? 다 완성해보렴. 손도 만들어 주고, 모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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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쌤, 얼마나 창의적입니까요? 저희가 눈사람이잖아요. 눈사람 뭉치를 뭉치다 보니 하나만 크게 뭉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의논 끝에 우리가 돌아가면서 그 위에 올라가 눈사람 체험을 해 보기로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멋진 생각 같아요. 쌤도 어린 시절에 이렇게 지내셨지요?”

귀여운 녀석들.
그 시절, 나는 눈사람을 만들기보다 다른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에 테러(?)를 가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지만, 서로서로 자신의 눈사람을 지키기 위해 피말리는 신경전을 폈던 추억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혹여라도, 친구들은 자신의 눈사람에 상처가 생기면 어김없이 내 눈사람이 박살이 나곤 했다. 때론, 억울해서 눈물을 보이기라도 하면, 친구들은 더욱 놀려대곤 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배가 고파도 눈이 오면,
하루 종일 들판을 거닐며 놀았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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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인터넷에 각종 게임으로 문밖을 나오기 싫어하는 현대인의 문화적 충격(?) 속에서,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은 오늘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나’ 플러스 ‘너’=눈사람,
지금 이대로만 사랑하며 걱정 없이 미래를 꿈꿔 보자,
사랑한데이.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