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기획]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23)
나이와 무관하게 무엇인가 허전한 시간이다.날씨도 어둑어둑한 것이 눈이 내릴 것 같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그 무엇들로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아이들과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하려 한다. 정말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싶은 계절이다.
창가에 반가운 얼굴이 불쑥 다가온다. 3학년 양혜현 학생이다. 두툼한 점퍼에 교실을 안식처 삼던 혜현이가 모처럼 교무실 창가로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하트를 연신 남발하며,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쳐댄다.
교무실을 휙 둘러본다. 딱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바쁜 하루. 교무실은 어느 선생님 하나도 바쁘지 않은 분이 없다. 서답형, 서술형 문항과 수행평가 성적 확인 작업으로 아이들도 교사도 정신이 없는 학교생활이다.
지난 여름. 새들의 지저귐과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던 학교 숲. 새로운 탄생과 희망이 부풀었던 시절, 그 시절이 어느새 다 지나가 버리고 결실의 계절을 지나 동면에 들어간 그곳.
차디찬 낙엽위에 쌓인 그 길을 밟으며 흥얼거려 본다. 사람들은 말한다. ‘바쁠수록 여유를 가지라’고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누가, 어떻게 바쁜 중에 휴식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정말 ‘휴식’을 위해 연가나 병가를 신청한다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커피 한 잔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매일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짬을 내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이들과의 삶, 학교생활 전반을 돌아다보고 반성과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정말 바쁘다.
기간제 교사들처럼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분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토해낼 여유도 없다. 당장 학교생활의 연장이 더 급한 문제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학교 숲을 거닐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내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진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며, 더 나은 교육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겨울은 추워야 맛이다. 추위를 이겨내면 따뜻한 봄이 온다. 더 강해지고, 견고해지기 위해 이 겨울을 지혜롭게 보내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간절하게 커피 한 잔의 사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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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박여범용북중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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