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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40화)] 함 해보자,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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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40화)] 함 해보자,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

2층 국어실, 12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매주 화, 수요일 8,9교시는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 수업이 열린다. 1학년 김승아, 심재은, 김도아, 홍효영, 김지환, 이명헌, 2학년 심재희, 김한형, 조하은, 3학년 이예섬, 조유진, 장혜선. 총 12명, 반가운 얼굴들이다.

“여러분, 반가워요, 디베이트는 한 마디로 '찬성, 반대 토론'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일정한 주제와 형식을 가진 토론의 한 방법입니다.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서 형식이 분명한 토론을 하는 것으로, 주제에 대한 깊고 논리적인 인식을 추구하고 팀워크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럼 선생님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네요.”

“그렇죠. 정답입니다. 듣는 것, 경청도 매우 중요하며, 디베이트는 그냥 토론이라기보다는 형식에 맞게 짜여진 토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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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트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과 함께 아이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여 다행이라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하였다.

“일반적으로 토론은 미리 찬성, 반대를 알려줍니다. 그렇지만 디베이트는 찬성 반대를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찬성 반대를 정하는 것으로, 디베이트는 입안, 교차질의, 반박, 교차질의, 요약, 전체질의, 마지막 초점으로 나뉩니다. 디베이트를 하면 머리가 좋아지고 발표 능력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 열심히 한 학기 공부할 수 있겠지요?”

“네, 민초 쌤, 지들이 열심히 해 볼께요. 많이 도와주세요.”

“작년에 이 수업에 참가했던 2,3학년 친구들은 1학년들을 잘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1학년들은 2,3학년 선배들의 말을 잘 듣고 지도에 따라 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야지요, 지들도 잘 못하지만, 준비가 디베이트 토론의 기본인 것 같아요. 조별로 잘 준비하면 상대방의 논지에 대한 반박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민초 쌤의 말씀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듣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디베이트 토론 사회를 맡은 3학년 장혜선이랍니다. 여러분도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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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3학년 이예섬, 조유진, 장혜선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해준다. 그래도 3학년이라 1,2학년에 비해 자신감과 경험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포스가 피부로 다가온다.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바라다보며,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가 떠올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 수업이 안도현 시인의 시행처럼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산뜻하게 지나간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출전 : 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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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저금통으로 무장된 방과후학교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 수업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준비와 참여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정이 있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선후배간의 따뜻한 정으로 느끼며 우리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논지 전개가 아이들의 인성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반을 이끌어 보련다. 2,3분의 논지 전개를 위한 준비가 얼마나 소중하며, 의욕과 열정이 함께하는 디베이트 토론 수업이 이 시대의 진정한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이들을 키워내는 지름길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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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업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만족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주제를 탐색하여 자유롭게 언제 어디서나 디베이트 토론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창의적인 아이들이 넘쳐 나길 기도한다.

함 해보자, 민사고 디베이트 토론, 잼나게 말여.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