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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52화)] X발, X새끼, X나, 오늘의 금지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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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52화)] X발, X새끼, X나, 오늘의 금지 ‘욕’

교실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는 문구가 있다. ‘오늘의 금지 욕’, 바로 ‘X발’이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자주 귀에 들려오는 말이 바로 ‘욕’이다. 영화의 감칠맛과 지방색 그리고 시대를 반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욕’이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영화에서는 무지막지한 ‘욕’들이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습관마저 바꾸어 놓은 듯한 형상이다.

그래서일까? 학생회 차원의 ‘오늘의 금지 욕’이 게시판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참 대견한 일이다. 청소년기의 대부분이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욕’들의 경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정화장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기특하다.

아니, 권장하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닌가? 자존심이 강한 친구들 사이에 ‘욕’을 뱉어 내지 않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참기 힘든 일이다. 특히,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욕’의 발포(?)에 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행동지침이다.

2003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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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북중학교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을 때 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욕’을 할 줄 몰랐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해도 당당하게 ‘욕’과는 멀리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문학박사’에 ‘대학 강사’라는 프라이드로 살아온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구먼. 당신도 중학교 아이들하고 생활하다 보면 ‘욕’을 자연스럽게 할 텐데 말야. 그래도 당신은 ‘욕’은 하지 않겠지?”
“......”

“왜 대답이 없어.”

“근게 말여. ‘욕’이라, 자신이 없는디?”

전주의 모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던 아내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선뜻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나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기 때문에 말을 아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13년차 국어교사 박여범. 그의 입에서도 가끔은 ‘욕’이 터져 나온다.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그 욕들이 낯설지가 않다. 가끔은 아이들의 그 ‘욕’들이 정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욕’들을 방법을 달리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면, ‘x새끼’는 ‘dOG sUN(줄여서 d,s)’, ‘x발새끼“는 ’신발색깔‘로 유머스럽게 변형하여 아이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욕’의 카타르시스를 통한 삶의 현장은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너무나 고급스럽고 정선된 언어만 사용한다는 것도 재미없는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문명에서 살아가는 냄새가 날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글을 읽는 독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 시대의 무분별하고 어원을 알 수 없는 지극히 상처투성이인 언어들이 일상화 되었다는 걱정 아닌 걱정이 학교 현장에서 국어 교사로서 바라보는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싶은 것임을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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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대한민국 전반에 깔려 있는 시원한 ‘욕’ 문화는 하루 이틀에 정리될 문제가 아닌 듯 싶다. ‘욕’의 장·단점을 논쟁하며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욕’들의 어원을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나 교육도, 당사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2015년 7월 17일 금요일.
방학식을 시작으로 30여일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을 마치고 학교현장으로 돌아온 녀석들의 입에서 어떤 새로운 ‘욕’들이 터져나올까? 방학동안 수많은 영화나 웹소설, TV, 비디오 등을 통해 녀석들의 귀를 장악한 새로운 ‘욕’들이 학교현장의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은 분명하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
‘욕’이 없는 세상, 그것은 욕심이며, 새로운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학교현장의 아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교사의 일방적인 시각은 아닌지? ‘교육’과 ‘언어순화’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아이들의 창의성 발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나저나, 고만 고만한 녀석들의 ‘X발, X새끼, X나’라며 교실로 들어서는 녀석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방학식을 마치고 녀석들이 귀가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야그들아, 너그들 말로, X나 보고잡다. 벌써부터, 방학 잘들 지내고 오거라. 사랑한다.”
박여범 용북중 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