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어디인가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으로 입양돼 한평생을 살았지만 미국인이 될 수 없는 입양아들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16일 방송되는 MBC '다큐스페셜'에서는 시민권이 없어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추방당한 미국 입양인들이 한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내용을 담는다. 입양에 관한 이면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10월20일, 미국 오리건 주에서 한인 입양인 아담 크랩서의 추방재판이 열렸다. 미국 정부는 20년 전, 아담의 당시 나이 17살 때의 일이며 이미 복역을 마친 그의 범죄 기록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아담에게 더 가혹한 학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랩서 부부는 아담을 비롯해 입양한 5명의 아이에게 못을 박는 기계를 쐈고, 토사물을 먹게 했으며, 화상을 입히고 목을 졸랐다. 아이들에게 지옥 같은 5년이 흐르고 결국 이웃 주민의 신고로 체포된 크랩서 부부는 재판을 받게 됐다. 90일 만에 풀려난 크랩서 부부는 결국 아담을 거리로 내쫓았다.
아담은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동양인이었던 아담은 추위와 배고픔에도 입양 당시 한국에서 가져왔던 성경, 고무신, 그리고 인형을 잊지 못했다. 아담은 그 물건들을 되찾기 위해 몰래 크랩서 부부 집에 들어갔다. 17살의 아담은 한때 양부모였던 크랩서의 신고로 주택침입죄로 범죄자가 됐다.
아담은 그 사건으로 20년이 지난 후 추방 재판대 앞에 서게 됐다. 약 40년, 모진 학대를 견디며 살아남았다. 아무도 실현시켜 주지 않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검정고시로 공부를 마쳤고, 이발사가 돼 가정을 꾸려 사람답게 살고자 했다. 입양도, 국가도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지 확대보기다른 벼랑 끝 입양아들의 이야기도 공개된다. 2009년 11월4일, 한 남자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찬바람 속에서도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의 한국이름 한호규, 그의 나이 38세 때의 일이다.
미아로 등록돼 8살에 입양을 갔던 몬티는 두 번의 파양을 거듭하며 학대로 얼룩진 삶을 견뎠다. 성인이 된 몬티는 트럭 운전을 하며 일상을 꾸려나가다 상관의 지시를 받고 물건을 운반했다. 하지만 그는 트럭에서 마약이 발견됐단 이유로 감옥으로 끌려갔고 곧바로 추방재판에 회부됐다.
몬티의 추방 재판을 맡은 미국의 판사는 서류상의 문제로 "당신은 미국 시민이 아니다. 이 나라를 떠나라" 며 추방했다. 완전한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 군대에 자원, 걸프전까지 다녀오기도 했던 몬티에겐 잔인한 처사였다.
한국으로 추방된 몬티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버려진 아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친어머니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맸다. 몬티의 어머니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식탁 위에 몬티 몫의 밥공기 하나를 더 올려놓았을 만큼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엘라 퍼키스(김양애, 1955년생)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 보내진 혼혈 입양인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양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양부는 엘라의 딸에게까지 성추행을 시도했다. 그에 대한 상처로 엘라와 그녀의 딸은 현재 멀어지고 말았다.
최근 엘라의 유일한 가족인 남편마저 사망했는데 그 과정에서 60 평생을 미국에서 살아온 그녀는 자신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엘라의 양부모 또한 국적취득 문제를 방치했다. 미국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은 투표를 할 수도 없고, 미국 여권을 만들 수 없어 외국에 나갈 수도 없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버려졌고 미국에서 60년 넘게 살았지만, 미국인도 아닌 그녀가 소속된 국가는 어디일까.
지난 2000년부터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 2000)에 의해 미국으로 입양을 간 아이들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이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아담처럼 2000년 당시 만 18세 이상인 입양인들의 국적취득 여부까지는 책임지지 않았다.
2015년 정부가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최소 1만5568명이다. 한국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입양기관은 입양된 아동의 국적취득 여부를 확인하고 정부부처에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양부모와 연락이 단절됐다는 등의 이유로 입양기관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정부는 이를 감시하지 않았다.
버려진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기에만 급급했던 시절,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해 온전히 미국 시민이 될 수 없었던 수많은 입양인들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사회가 방치했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입양인의 상처받은 삶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
오늘 밤 11시10분에 방송되는 'MBC 다큐스페셜' '나의 집은 어디인가요'에서는 입양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내용이 담긴다.
홍연하 기자 waaaaaaaaa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