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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83)] 다시 보는 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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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83)] 다시 보는 에밀

대학 시절 교육학 수업 때 과제로 읽었던 책 에밀. 사실 1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읽었다는 사실 말고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에밀을 읽고 분석하며 연신 감탄한다는 친구 말이 생각나 다시 에밀을 집어 들었다. 10년이 넘는 세월은 같은 책을 지루함과 지겨움에서 격한 공감 내지는 흥미로운 의문 덩어리로 변화시켰다.

아이가 꽤 성장한 상태에서 육아 휴직을 감행했다.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셋째가 생겼거나 돈이 많냐고 물어왔다. 그 무엇도 아니었기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곤 했었다. 한 달 가량 집에 있으면서 온전한 가정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근무가 끝나도 아이 하교 후 학원 한 두 군데만 끝나면 바로 함께 할 수 있는 축복받은 교직에 있다. 그런데도 그 온전한 주부 역할을 할 때와 일을 병행할 때 가정 분위기의 차이가 매우 컸다. 내 마음의 여유로움은 식단 변화부터 남편와 아이들의 심적 평안을 가져오는 듯 했다. 평일에도 공원이나 가까운 산에 자주 다닐 수 있었고, 아이들은 맘껏 뛰며 행복해했다. 내가 돌보지 못함으로 인해 보낼 수밖에 없던 학원을 정리하고 맞벌이로 인한 외식 등을 줄였더니 씀씀이도 많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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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에서 집어든 에밀의 유아기, 아동기, 소년기 교육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너무도 많은 주입식 교육을 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 교육의 문제점이 그 시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자연의 섭리에 따른 에밀의 양육방식은 인간을 온전히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지점들을 많이 짚어내고 있었다. 1762년 출간된 책이 마치 요즘 육아서 읽듯 읽히는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에밀의 가상 아내인 소피와 여성역할에 대한 부분에도 공감이 가는 측면이 있었다. (루소는 여자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지킬 사람으로서 여자 아이의 교육에 있어 순종적이고 온순하며, 여성 매력 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오해하지 마시길.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된다며 무시했을텐데 오래 아이들을 만나고 주변의 수많은 가정을 보며 한편으로 여성으로부터 아이를 양육시키기 어렵게 하는 환경이 안타까운 면도 있으니.

인간의 행복요건을 욕망과 능력의 관계로 정의한 루소의 말을 곱씹으며 본격적으로 다가온 화려한 봄날, 꽃과 나무가 있고 복잡하지 않으며 돈 안 드는 곳에 자주 다니기로 결심한다.
“모든 고통은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모든 쾌락은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과 결부돼 있다. 이 욕망은 결핍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결핍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불행은 이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절대적으로 행복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할까? 욕망을 줄일까? 하지만 이 문제는 욕망을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욕망을 능력 아래로 축소하면, 남아 있는 능력의 일부분이 한가하게 되어 우리의 존재를 온전히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의 능력을 키울까? 그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능력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욕망의 확대를 가져오고, 이것은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능력을 넘어서는 욕망을 줄이고 힘과 의지를 평형 상태로 유지하는 데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질서를 잡아, 몸은 활동 상태에 있으면서도 영혼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오여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연구팀(서울상원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