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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플레이션’ 고비 넘겼나… 코코아 반 토막에 제과업계 숨통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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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플레이션’ 고비 넘겼나… 코코아 반 토막에 제과업계 숨통 트일까

코코아 가격 반 토막… 제과업계 원가 부담 완화 기대와 한계
빼빼로 웃지만… 고환율·비싼 재고에 가격 인하 ‘난망’
한 서울 시내 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되어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 서울 시내 마트에 빼빼로가 진열되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치솟던 코코아 가격이 정점을 지나면서 이른바 ‘초코플레이션’도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코아 가격이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초콜릿 비중이 큰 제과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제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2월 톤당 1만256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초콜릿과 디저트 가격이 잇따라 오르자 ‘초코플레이션’(초콜릿+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제과업계 전반의 수익성도 압박을 받았다.

최근 들어 코코아 가격은 정점을 지나 완만한 하락 구간에 들어섰다.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풍작으로 공급이 늘어난 데다, 수차례 인상된 초콜릿 가격 탓에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24일 기준 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톤당 약 51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1년 전 1만2000달러를 웃돌던 수준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 난 셈이다. 버터·팜유 등 다른 주요 원재료 가격도 고점에서는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코코아 투입 단가가 점진적으로 떨어지면서 하반기부터 제과업체 원가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초콜릿 시장 1위 업체인 롯데웰푸드는 국내 제과 매출의 약 30%가 초콜릿류에서 발생해 코코아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제과 매출에서 초콜릿 비중이 높고, 빼빼로·가나·빈츠 등 코코아 사용량이 많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롯데웰푸드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빼빼로 국내외 매출을 2415억 원, 이 중 수출을 900억 원 수준으로 잡고 ‘연 매출 1조 원 규모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초코파이를 앞세운 오리온, 오예스·초코 코팅 과자를 보유한 크라운해태 등 초콜릿류 비중이 큰 국내 제과업체들 역시 코코아 투입 단가가 내려갈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원재료 가격 급등 여파로 지난해 초코송이·다이제 초코 등 13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다만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초코파이는 브랜드 상징성을 고려해 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다만 초코플레이션이 단숨에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코코아·버터 등 원재료 대금과 해외 마케팅 비용 상당수가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코코아 가격이 내려도 고환율 영향으로 기업이 체감하는 원가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설명이다. 고점 구간에서 비싼 값에 확보한 재고를 순차적으로 소진해야 하는 점도 단기적인 수익성 회복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코아 같은 주요 원재료는 대부분 분기·반기 단위로 미리 물량과 가격을 정해 들여오기 때문에 국제 시세가 조금 조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며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이 장기화되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웰푸드는 원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구매 전략을 쓰고 있다. 코코아·버터·팜유 등 주요 원재료에 대해 AI 기반 시세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춰 구매 시점과 물량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국제 시세가 짧은 기간에 급등락하는 구간에서도 평균 투입 단가를 낮추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