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위안칭·이재용 '톱티어 핫라인' 위력…경쟁사들 물량 구걸할 때 "2027년까지 걱정 없다"
AI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D램…'공급망 권력' 없는 PC 제조사, 수익성 쇼크 공포
AI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D램…'공급망 권력' 없는 PC 제조사, 수익성 쇼크 공포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PC 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메모리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반도체 블랙홀이 되어 D램(DRAM) 공급을 빨아들이면서, 전통적 PC 제조사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 세계 1위 PC 기업 레노버(Lenovo)만이 유일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삼성전자 최고위층과의 끈끈한 '오너십 네트워크'가 단순한 인맥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임이 증명된 순간이다.
레노버-삼성, 위기에 빛난 '혈맹'
24일(현지 시각)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PC 제조사들은 상류(Upstream) 공급망에서 D램 할당량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레노버는 이 전쟁터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들은 그 비결로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간의 '분기별 회동'을 지목한다.
두 수장은 메모리 대란이 닥치기 전부터 정기적으로 식사를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는 레노버에 메모리 물량을 최우선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관리(SCM)의 핵심은 결국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에 달렸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라고 평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 또한 레노버의 든든한 방패막이다.
AI가 삼킨 D램, '부르는 게 값'
PC 업계의 비명은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AI발(發) 구조적 공급난'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이저 메모리 기업들이 수익성이 월등한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돈이 안 되는 PC용 범용 D램 생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결과, PC용 주력 제품인 DDR4 D램 가격은 이미 3배나 폭등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매주 가격표가 바뀌고 있다. 일부 공급사들은 "물량을 받고 싶으면 2027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으라"며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공급망 내에서는 "반도체 계급도가 1순위 AI 서버, 2순위 스마트폰, 3순위 PC로 굳어졌다"는 자조 섞인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 '보릿고개'가 최소 2026년 상반기까지는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들의 '굴욕적' 물량 확보전
레노버라는 우산을 쓰지 못한 경쟁사들의 처지는 처참하다. 에이수스(Asus) 경영진은 미디어텍 임원들까지 대동해 삼성전자를 찾아가 물량 배정을 읍소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에이서(Acer)는 비싼 현물 시장(Open market)을 뒤지며 '긴급 수혈'에 나섰고, 델(Dell)과 HP 역시 구매팀을 총동원해 공급사 문턱을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2026년 PC 시장, '원가 쇼크' 덮친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메모리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인텔 CPU부터 배터리, 수동 부품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 세계 최대 노트북 배터리 모듈 업체 심플로 테크놀로지(Simplo Technology)는 "배터리 셀 원가 상승으로 모듈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로 인해 2026년 노트북 수요가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기관들도 2026년 출하량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부품값 폭등이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것이 다시 수요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고된 상태다. AI 시대의 개막이 역설적으로 PC 제조사들에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혹독한 겨울을 불러오고 있다. 오직 이재용 회장과의 핫라인을 쥔 레노버만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