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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경쟁력, ‘성분 혁신’의 힘...자연 원료에서 바이오·AI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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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경쟁력, ‘성분 혁신’의 힘...자연 원료에서 바이오·AI로 진화

2025년 상반기 화장품 수출 55억달러… 역대 최고
PDRN·엑소좀 등 고기능성 성분 경쟁 가속
AI가 분자 단계부터 후보 물질 설계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뷰티가 ‘성분 혁신’을 넘어 AI·바이오 기반의 정밀 R&D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글로벌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수출 지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1~6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한 55억 달러(잠정)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장 동력으로는 ‘성분 혁신’이 꼽힌다. 쌀·병풀·쑥 등 자연 유래 성분을 내세운 접근이 출발점이었다면 최근에는 PDRN·레티놀·엑소좀 등 바이오 기반 성분이 더해지며 기능성 경쟁이 한층 강화되는 흐름이다.

이런 변화는 고기능성 스킨케어 영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피부과 시술 성분으로 알려진 PDRN(연어 유래 DNA)을 나노화해 흡수율을 끌어올리거나, 식물 배양 엑소좀을 활용해 자극은 낮추고 효능은 높인 바이오 성분을 잇달아 선보이는 식이다. 해외에서도 K-뷰티의 성장 배경을 성분 전략에서 찾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각) K-뷰티 확산을 다루며 “달팽이 점액질(뮤신) 세럼이 전 세계 스킨케어 루틴의 일부가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라고 평가했다. BBC는 틱톡 챌린지를 통해 인기를 얻은 ‘뮤신 세럼’을 대표 사례로 들며, K-뷰티의 확산 경로를 소셜미디어에서 찾았다. 실제로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에서 ‘한국 스킨케어’를 검색하면 대형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대량으로 노출된다. 이들은 제품 성분 목록을 분석하고,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광채로 대표되는 한국식 피부 표현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비자가 성분표를 비교·검증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경쟁도 ‘원료 발굴’과 ‘효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K-뷰티 성분 경쟁은 자연 유래 성분의 스토리텔링을 넘어 성분을 연구해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실험실 배양으로 유효 성분을 정밀 추출하거나, AI로 후보 물질을 선별해 개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25년 LG AI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AI 모델을 활용한 ‘화장품 효능’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상용화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부터 AI 기반 고효능 성분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연구의 핵심은 신물질 발굴 특화 AI 모델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로 분자 구조 데이터를 대량 분석해 용해도와 안전성 개선을 함께 고려한 후보 물질을 도출했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이 과정에서 후보 물질 선정 기간이 기존 평균 1년 10개월에서 1일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AI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유해 성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걸러내며 안전성 평가 효율도 높였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두고 AI 활용 범위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연구 공정 설계’ 단계로 확장됐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원료 데이터 선별 수준을 넘어 분자 단계에서 후보 물질 발굴 과정까지 AI가 개입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연구자의 경험과 논문에 의존해 후보 물질을 좁히는 데만 수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다양한 실험 재료 구매 비용도 부담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AI 기반 탐색으로 후보를 빠르게 압축해, 후속 검증 단계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한국 뷰티 산업은 달팽이 점액,병풀 등 자연 원료 경쟁에서 출발해, AI와 바이오를 결합한 피부 과학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K-뷰티가 기술 기반 경쟁으로 글로벌 표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시선이 쏠린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