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이 지난달 정신감정 병원으로 지정한 분당서울대병원은 9일 법원에 ‘감정촉탁 진행불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을 조 회장의 정신감정 촉탁 기관으로 지정했으나 이들 병원은 모두 불가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즉 정신감정 대상자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견인이 재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조 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 심판은 지난해 7월 30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청구로 시작됐습니다.
조 회장의 가족 중 일부는 조 회장에 대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조 회장이 회장으로 등재되어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꼬박꼬박 조 회장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9월말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의 미등기임원 회장을 겸직하면서 상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 회장은 1937년 10월생으로 84세입니다.
가족 가운데 일부는 조 회장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의 회장을 겸임하면서 상근하는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조 회장 가족 일부가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가운데에서도 조 회장은 지난해 한국타이어로부터 39억72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상반기에 조 회장에 대해 급여 8억4100만원과 기타 근로소득 300만원 등 총 8억4400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상장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59조에 따라 개인별 보수현황을 연 2회 공시(반기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3분기 임원 보수 내역에 대해서는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 가족간 성년후견 심판 청구 분쟁을 벌이고 있는 데는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매각한 데 대해 일부 가족들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해 6월 26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인 23.59%(2194만2693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조현범 사장은 조회장 몫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지분이 42.9%로 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명실공히 최대 주주가 됐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에서 “그동안 아버지가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레 내려졌다”며 “아버지가 내린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려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사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면서 불똥이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로부터 받고 있는 보수로까지 번지는 모습입니다.
조 회장의 정신건강 감정 결과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꿔질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한국타이어의 조양래 회장에 대한 보수 지급 문제도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에 대해 상근하면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연간 수십억원대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지만 가족 중 일부는 조 회장의 건전한 정신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