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액면가 5000원) 1주당 65만3572원의 가격에 38만2513주를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 주식회사에 배정했습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자금조달 목적은 2499억9978만6436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티빙은 지난 2020년 10월 1일자로 CJ ENM의 티빙(OTT)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어 설립됐습니다. 회사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영화, 비디오물 및 방송프로그램 배급을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CJ ENM은 지난 2020년 3월 12일 이사회에서 티빙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으로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보름후 열린 3월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를 상정해 처리했습니다.
CJ ENM은 2020년 10월 1일을 분할기일로 CJ ENM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티빙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사업 등을 위한 신설법인으로 출범했습니다.
티빙은 출범 직후인 2021년 1월 27일 제이티비씨스튜디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보통주 1주당 2만5000원의 가격에 24만주를 배정했습니다. 금액으로는 60억원입니다.
제이티비씨스튜디오가 배정받은 주당 2만5000원의 가격은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의 가격인 65만3572원과 비교하면 가치가 1년여만에 26배 가량 오른 셈입니다.
티빙은 물적분할로 설립한 후 계속해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CJ ENM의 지분은 56%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CJ ENM이 티빙을 기업분할 할 때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택했으면 CJ ENM의 기존 주주들은 지분별로 티빙의 주식을 받게 되나 물적분할로 인해 회사인 CJ ENM이 티빙의 지분 100%를 갖게 됐습니다.
티빙의 지분 100%를 갖게 된 CJ ENM은 이사회 구성 및 주주총회에서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고 티빙의 유상증자 결정 시 CJ ENM의 일반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CJ ENM의 티빙 유상증자와 IPO(기업공개)와 관련해 기존 주주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티빙의 지분 100%를 독점한 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이 희석화되는 과정에서 불어난 기업가치를 독차지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티빙은 CJ ENM의 세 번째 물적분할기업이지만 CJ ENM은 티빙 이전에도 두차례 물적분할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CJ ENM의 첫 번째 물적분할 기업은 스튜디오드래곤입니다.
CJ ENM의 전신인 합병전 CJ E&M은 지난 2016년 5월 1일을 분할기일로 해 분할대상사업인 드라마사업본부가 영위하는 드라마사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물적분할을 하게 됨으로써 CJ E&M은 분할신설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100%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2017년 11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CJ ENM이 지분 54.46%(1634만5182주)를 갖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25일 종가 8만5400원으로 시가총액이 2조8574억원 규모입니다. CJ ENM의 지분 가치는 1조5560억원 상당입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의 물적분할로 설립됐기 때문에 CJ E&M이 지분 100%를 가져가고 당시 지분을 갖고 있던 일반주주들에게는 한주의 주식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CJ ENM의 두 번째 물적분할 기업은 CJ디지털뮤직(씨제이디지털뮤직)입니다.
CJ ENM의 전신인 합병전 CJ E&M은 지난 2016년 12월 1일을 분할기일로 음악플랫폼 사업 및 관련사업을 영위하는 CJ디지털뮤직을 물적분할로 떼내 신설법인으로 출범시켰습니다.
CJ ENM은 물적분할의 목적으로 CJ디지털뮤직이 유통 및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컨텐츠 생산에 집중하여 시장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함과 아울러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습니다.
CJ ENM이 CJ디지털뮤직을 물적분할 한 결과, 회사인 CJ ENM에게 지분 100%가 돌아갔고 일반주들에게는 단 한주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CJ디지털뮤직은 그후 2018년 7월 지니뮤직과 합병을 결의한 후 그해 10월 합병 완료후 소멸됐습니다. 지니뮤직이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하면서 존속회사인 지니뮤직이 남게 되고 CJ디지털뮤직은 소멸회사로 수명을 다했습니다. 당시 지니뮤직과 CJ디지털뮤직의 합병비율은 1 : 5.5766783의 비율입니다.
CJ ENM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지니뮤직의 지분 15.45%(892만2685)를 갖고 있는 주요주주입니다.
CJ ENM의 지난해 11월에는 네 번째 물적분할로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사업의 주요 제작 기능을 분할해 스튜디오 신설을 추진키로 한 바 있습니다.
CJ ENM은 그러나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바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하여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일각에서는 CJ ENM이 그동안 알짜배기 사업들을 물적분할하면서 일반주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티빙의 경위 지분 100%를 가져간 CJ ENM이 티빙 지분 일부를 CJ ENM 주주들에게 환원하거나 티빙의 IPO 시 CJ ENM 주주들에 대한 공모주 우선 배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