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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기업 사외이사 자리 탐낼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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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기업 사외이사 자리 탐낼만하네…

삼성전자 사외이사 작년 보수 1인당 1억4800만원, 삼성바이오는 삼성전자의 2/3 수준…카카오페이 사외이사는 1인당 2100만원으로 낮아, 카카오는 4800만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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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 전직 국회의원, 법조인, 대학교수 등 우리 사회에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이 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를 탐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의 사외이사는 통상 한달에 한번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거수기’ 역할만 해도 연간 보수가 1억원에 달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직장의 샐러리맨들이 1년을 꼬박 근무해도 연봉 1억원이 되는 곳이 많지 않은데 사외이사들은 한달에 한번 정도 회의에 참석하고 샐러리맨의 연봉을 받는 셈입니다.

사외이사는 현재 2개 기업까지 등재가 가능한데 전직 고위직을 지낸 관료 중에는 2개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회사들이 전직 고위 공무원을 사외이사로 선호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회사측 안건에 대해 100%에 가까운 찬성을 보이고 있고 반대 의견을 찾기란 ‘가뭄에 콩나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외이사 제도는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를 계기로 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사외이사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사외이사의 의무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도록 되어 있어 의결한 안건이 소액주주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소액주주나 일반주주들은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배임죄나 선관주의 의무 등을 물어 책임을 추궁하기도 어렵습니다.

상당수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하면서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자회사의 이중 상장 가능성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피해를 본 사례들이 발생하지만 사외이사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도 이같은 연유입니다.
글로벌이코노믹이 지난 18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의 지난해 사외이사 보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외이사는 6명으로 총 보수가 8억8600만원에 달했고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48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김한조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한화진 사외이사와 김준성 사외이사를 각각 신규선임하는 이사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처리했습니다. 김한조 사외이사는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이에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김준성 사외이사가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3년 초까지 계열회사인 삼성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 전무)로 재직한 바 있어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가총액 5위 기업으로 사외이사가 4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8900만원 상당으로 삼성전자의 2/3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SDI는 시가총액 8위 기업으로 사외이사가 4명이며 지난해 보수 총액이 3억59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9000만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시가총액 15위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가 1억3600만원 규모로 삼성전자 사외이사보다 약 1200만원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총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도 사외이사들의 평균 보수가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사외이사는 6명으로 지난해 보수는 1~9월까지의 보수액을 연간으로 환산해 약 1억2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총액 3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사외이사가 4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5600만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LG그룹의 LG화학(시가총액 9위)은 사외이사가 4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9000만원, LG전자(시가총액 16위)는 사외이사가 4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9800만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4위 기업인 NAVER(네이버)는 사외이사가 4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 1억600만원을 지급했고 시가총액 6위 기업인 카카오는 사외이사가 4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48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카카오의 사외이사 보수는 네이버의 약 45% 수준입니다.

시가총액 7위 기업인 현대차는 사외이사가 6명이며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1억200만원에 달했고 기아(시가총액 10위)는 사외이사가 5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8400만원에 이릅니다. 현대모비스(시가총액 17위)는 사외이사가 5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1억500만원에 달합니다.

시가총액 1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사외이사가 5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7200만원, 시가총액 13위 기업인 POSCO홀딩스는 사외이사가 7명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83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기관의 경우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카카오뱅크는 사외이사가 6명으로 지난해 1~9월 보수를 연간으로 환산해 약 61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총액 14위 기업인 KB금융은 사외이사가 7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9500만원에 달했습니다.

시가총액 18위 기업인 신한지주는 사외이사가 12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7600만원에 이르렀고 시가총액 19위 기업인 카카오페이는 사외이사가 4명으로 1인당 평균보수가 21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카카오페이의 사외이사 보수는 시총 상위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시가총액 20위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사외이사가 5명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1억2200만원에 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제도 도입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사외이사 기능이 ‘거수기’ 역할로 전락되면서 사외이사의 의무를 ‘회사의 이익’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