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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가 ESG 전환기에 '중국몽'은 기술패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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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가 ESG 전환기에 '중국몽'은 기술패권인가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ESG를 기반으로 한 세계 질서의 전환기에서 중국은 세계 2대 경제권에 세계 1위 무역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그러나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과의 갈등으로 국내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중국의 2023 양회(兩會)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진핑의 전면 집권체제가 완성되는 동시에 향후 1년간 중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진핑 주석이 고집스럽게 주창한 ‘중국몽’이란 국가 ESG 시대에서 넥스트 ‘팍스 차이나(Pax China)’를 기대한 게 아닐까.

매년 3월 개최되는 양회란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2개의 연례회의가 거의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최대의 정치행사를 말한다. 통상 양회 기간 중에는 중요한 정책을 보고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3000명의 전인대 대표들과 2000여 명의 정치 협상가와 관련된 리더급 공무원들이 집결한다. 올해의 제반 환경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미국 제재 압박에 무너진 5700여 곳의 중국 기업들, 역대급 고용 충격, 초고령 사회와 양극화 등 난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추구하는 요점은 ‘중국몽’과 ‘미·중 대립’으로 야기된 ‘기술전쟁’ 그리고 대만 수복을 위한 ‘안전(security)’이다. 작년 당대회 때 시진핑 주석이 91번 언급했던 ‘안전’은 올해도 지속된 주제였다. 시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이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포위 탄압을 하고 있어 중국 경제가 도전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이에 외신들은 중국 경제 침체 원인을 우회적으로 돌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등용되는 상당수 관료의 전공은 ‘기술전공 관료’로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바이오 △우주항공 등을 망라하는데 이는 시 주석의 평소 소신인 과학적 강점에 주력하겠다는 의미이다. 첨단기술 개발에 투자할수록 경제적·군사적 패권에 가까워질 것은 당연하며 오늘날 첨단기술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중국의 현실은 미국을 자극해 경계심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중국이 개방 후 가난한 환경에서 벗어나 오늘의 기술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 정부와 기업의 피나는 내생적·외생적 노력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2023.3.15.)는 2010~2020년 미국 정부의 제재가 중국 첨단기술과 관련된 약 1000기업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가 52.9% 증가했고 이들 기업의 평균 특허 출원 건수가 57.6% 증가, 또 혁신 비용도 40% 정도 증가했다(중국과학기술포럼 제공). 최근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일류 과학저널을 통해 발표된 주요 유망 기술 부문 논문 수와 피인용 횟수 등을 분석한 결과보고서에서는 "주요 유망 기술 부문 44편 중 중국이 37편으로 R&D 1위의 평가를 얻어 미국이 받은 7편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영국 가디언, 로이터 통신, 2023.03.02.). 미국의 강점은 양자컴퓨터·우주항공·바이오(특히 백신개발) 등이었다. 또한 중국 연구개발의 중추로 국립기관인 중국과학원을 지목했는데, 여기서 1등을 차지한 기업들이 대부분 ‘5 EYES(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유학 출신으로 중국이 과학기술 발전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한 주요 요인은 역설적으로 해외 지식의 유입에 의한 것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은 1956∼1967년 최초로 국가 경제계획 내 과학기술 발전 전망과 요강을 발표하면서 과학굴기를 향한 시발점을 만들었다. 10차 5개년 계획(2001~2005)부터는 별도의 과학기술 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에는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발전 중장기 계획(2006~2020)' 그리고 '국가 혁신주도형 발전전략'을 수립했다(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첨단기술산업에 관한 규정 공포, 중국법령정보모니터요원, 2006.03.20.). 2007년에는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 장샤오창(張曉强) 부주임이 “중국의 첨단기술산업 발전을 더 한층 추진하기 위해 11차 5개년 계획 실행 기간에 첨단기술산업 지원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각종 투자 루트를 발굴해 많은 자원을 투입,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Science On, 2007.10.02.).
"기술이 답이다"이라는 주제하에 시진핑 정부는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제조강국’의 ‘선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를 추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미래 신산업의 기반이 되는 신형인프라(新型基础设施建设)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동시에 2020년까지 미래 환경친화적 혁신형 국가 대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정책, 과학기술 인재 육성전략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강국(创新强國) 건설 3단계 목표를 수립했다. 2020년까지 혁신형 국가 대열에 진입하고 2030년까지 혁신형 국가 선두에서, 2050년까지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같이 중국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기술자립을 실현하고 내수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과학기술 혁신에 총력전을 펼쳤다(2022.01.19.). 국가 과학기술 중장기 발전계획의 11개 중점 연구 분야는 △에너지 △수자원과 광물자원 △환경 △농업 △제조업 △교통 △운수업 △정보산업 및 현대서비스업 △인구와 건강 △도시화와 도시발전 △공공 안전 △국방 등 ESG 융합 분야와 연관된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중국 교육부는 기술 관련 핵심 인재 양성도 추진, 교사의 과학 수준을 높이도록 관련 과목을 교원 양성과정에 포함해 관련 기능훈련도 강화했다. 각 학과의 인재양성 역량을 대폭 확대,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기술 자립을 목표로 희토류·데이터 등 핵심 자원을 관리하고 전략자산화한다. 또 △첨단산업 분야의 R&D △첨단기술기업 및 과학기술형 중소기업 세제 혜택 강화 △최초의 중대기술장비 보험·보상 및 장려 △과학기술 분야의 금융지원 제도 개선 △지식재산권 저당 융자, 과학기술 보험 등 과학기술 관련 금융상품 개발 △융자 채널 원활화 등 자금조달 체계를 개선했다. 중국 정부는 총체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2025년 말까지 베이징시를 세계적 ‘AI 도시’로 구축하기 위해 베이징 AI혁신 응용 선도국가 정식 출범, 향후 5년간 GDP 중 첨단산업 부가가치 비중을 30% 이상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기술혁신 지원도 강화하기 위해 발명자 소유권 및 보상의 강화, 국제기술센터 설립, 공공기술 사업화 메커니즘의 개선 등 기술 사업화·활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이상과 같이 중국 정부는 2050년까지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생적·내생적 전략을 통해 선발국으로서 지위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