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해 초고령사회(고령인구 20% 이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기대수명(2018년 기준)은 평균 20.8년으로 남자는 85세, 여자는 88세이다. 앞으로 80대·90대 인구 비율이 급상승할 것이다. 그 대비책은 적정한 일거리 기회 제공이나 사회적 공동체 유지, 의료적 처방 그리고 환경 조성 등이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환경 조성을 중심으로 보기로 한다.
그러나 BF인증 제도가 신축물(건축물·공원 등)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제도 적용 이전에 많은 부분이 조성된 우리들의 일상 환경은 여전히 장애인·노인·임신부 등에게는 장애 공간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3년 주기로 ‘노인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2020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고령자에게 벤치가 없는 등 쉴 곳 없는 보행로(32.0%), 여유롭지 않은 횡단보도(34.1%), 외출 시 가장 불편한 곳이 보행로(22.6%) 등이 지적되고 있다. 노모는 보도를 걸으시다가 벤치가 없어서 가게 앞 계단에 쭈그려 앉으신다. “횡단보도는 건너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리기도 한다. 고령자들은 실내나 실외에서 낙상을 가장 무서워하신다. “일반 화장실 벽에 손잡이라도 설치되어 있으면 좀 마음을 놓을 텐데”라며, 노모를 모시고 다니면서 항상 ‘손잡이 레일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미국은 1965년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Lyndon Johnson's Great Society) 개혁의 일환으로 ‘OAA(Older American Act)’를 제정했다. 이미 58년 전이다. 뉴욕시는 고령자 환경 개선 지구(Aging Improvement District)를 지정해 고령 친화 안전거리 조성, 벤치 증설 등 고령자 편의 및 복지 시설에 대한 접근성과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기로소(耆老所)라는 제도가 있었다. 70세가 되면 ‘기(耆)’, 80세가 되면 ‘노(老)’라 하여 연고후덕(年高厚德)으로 노인들을 우대하고 그 지혜를 구했다.
현재 도시계획은 ‘지역 생활권’을 기반으로 한다. 전통적인 도시계획에서는 그 안에 최소 단위로 ‘근린주구(Neighborhood Unit)’를 설정하고 있다. 이것은 초등생의 도보 통학이 가능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어린이 놀이터, 상점, 종교시설 등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배치하는 소단위 주거구역 계획이다. 이미 농촌 지역은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다. 도시도 출산율이 급기야 0.8 이하로 떨어졌다. 물론, 초등학생 도보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고령자 도보 생활권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인간은 직립’이라는 사고로 세상을 꾸며왔다. 이집트 스핑크스의 지혜와 같이 지팡이를 짚어야 하는 고령자들의 비중이 점점 더 급증하고 있다. 손잡이가 도처에 설치된 ‘고령친화 근린주구’로 탈바꿈하는 초고령사회가 되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무장애환경(Barrier Free)인증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