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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내기업 RE100 도입 시급…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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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내기업 RE100 도입 시급…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
한 중견기업이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20년째 납품을 해오고 있었는데, 얼마 전 RE100에 대한 계획을 제출해 달라는 본사의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RE100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또 실제 방법도 잘 몰라서 그냥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후 하루아침에 거래 중단 통보를 받고 더 이상 거래를 못 하게 됐다. 이 사실이 해당 공단 전체로 알려지면서 긴급히 RE100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납품을 해 오던 이 회사는 날벼락이 떨어진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이 그 기업만의 문제일까? RE100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며, 그 불이 중소기업까지 확산되는 것은 멀지 않아 보인다.

'재생에너지 전기 100%'를 의미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국제비영리단체인 클라이미트그룹(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주도로 이들이 개최한 2014년 뉴욕 기후주간(Climate Week NYC 2014)에서 처음 발족했다. 발족 당시에는 이케아(IKEA)를 비롯한 13개 기업이 참여했다.
RE100은 연간 100GWh(GigaWatt Hour, 기가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대상이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애플, TSMC, 인텔, 3M, 어도비, 버버리 등 407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KT,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31개 민간기업과 공기업(공사)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은 가입 1년 안에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받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60%, 2040년 90%로 올려야 자격이 유지된다. 한국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더딘 이유는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선 RE100을 넘어 CF100(Carbon Free 100%)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글은 2018년 RE100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한 CF100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RE100 이행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태양광발전소 운영 시 고출력증대운전과 안전관리의 기술과 글로벌 법규 준수이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 화재예방과 화재 시 래피드셧다운 탑재(NEC규격)를 필수로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에 도입하거나 2008년에 시공돼 15년 된 저출력 기존 태양광발전소의 업파워링 시 출력을 최고 4배 증대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선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RE100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는 비영리 사단법인 ‘CF&RE100 서밋 클럽’(회장 유성엽)의 활동이 가장 돋보인다. 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포함하는 CF&RE100은 CF100과 풍력, 태양광, 태양열, 지열, 바이오매스, 수력, 해양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RE100을 더한 것으로, 이 클럽은 2050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국내 산학연이 뭉친 단체다. 이 단체에 요청해서 관련 기술이 가장 앞서고 K-테크(한국형 기술)로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추천받아 현장을 방문해 보았다.

미국 NEC(National Electrical Code)에서 2014년부터 건물 태양광발전에 의무화하고 있는 RSD 기술은 모듈구조물에서 약 30㎝ 떨어진 곳에서는 어레이 경계 내에서 10초 이내에 최대 80V로 전압을 낮춘다. 태양광발전에서 화재가 일어날 경우 계속되는 발전으로 화재 진압이 어려운데 최대 전압을 낮춰 소방관의 감전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EU에서도 RSD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에도 도입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파워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RSD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광의 DC전압 기준이 1500V로 높아지는 등 안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화재, 누전, 감전, 지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안전에 집중한 이유도 이와 같은 환경 변화 때문이다.
태양광은 전기 분야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글로벌 표준을 따르고 있는 분야이며, 태양광발전은 우리가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제시할 수도 있는 분야다. 스마트파워는 앞으로도 카본프리 테크놀로지, 바이오발전, 태양광발전 등 미래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ESG 강소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지속가능과학학회 공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