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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이젠 국민들 스스로 탄소 감축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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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이젠 국민들 스스로 탄소 감축에 나서야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최근 캐나다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난’의 징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벌써 남한 면적의 40%가 초토화되었고 그 연기가 멀리 미국의 워싱턴DC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에 호주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해 6개월 동안 계속됐다. ‘악마의 불(fire devil)’이라고 불린 중심부 온도가 1000도가 넘는 수백m 높이의 화염 토네이도가 시속 200㎞의 바람을 타고 호주 전체를 집어삼켰다. 초대형 산불이나 초대형 홍수, 연이은 최고기온 경신 등 대참사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도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이러한 재앙이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일이다.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지구의 평균기온 약 1도 상승은 몇만 년 지구 온도의 추이와 비교할 때 사실 엄청나다.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른데, 전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티핑포인트인 1.5도 상승이 2040년 이전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가을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석탄 사용 금지 등 주요 사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국가 우선주의 등 최근 글로벌 상황이 탄소 증가 속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이행 약속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후퇴하거나 변경되고 있다.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몇 년 안에 기후재난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면, 오히려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나 공공 기관 그리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나, 그 성과는 국제적으로 매우 미약하다. 이젠 국민들도 스스로 나서야 할 때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 2050 탄소중립은 결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감축이 일상 대화의 소재가 되어야 한다. L씨의 탄소감축 실천에 대해 얘기해 보자.
몇 달 전에 L씨는 자가용에 커버를 씌웠다. 2주일에 1회 정도(60㎞) 자가용을 사용하고 있다. 그 전에는 자가용 이용 시간이 대중교통 이용 시간보다 2배 이상 빠를 때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원칙을 가졌었다. 국내 전체 에너지의 약 20%가 교통 수송 분야에서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L씨에게 2.7톤 무게 자가용의 탄소배출량 감축은 첫 번째 과제였다. 1㎞ 이동 시 승용차의 탄소배출량(210g)은 버스의 탄소배출량(27.7g)의 7.5배에 이른다. 1년에 1만㎞를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텐데, 탄소 1823㎏을 감축하는 셈이 된다. 이것은 30년생 소나무 260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L씨는 하루 한 잔 커피를 사 먹는다. 그는 가방이나 배낭에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컵을 가지고 다닌다. 사무실에서도 일회용 컵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하루 평균 1인당 종이컵 2개를 사용하며, 이것으로 1년에 탄소 3.5㎏(9.58g/일)이 배출된다고 한다. 탄소 3.5㎏/년 감축은 1년에 30년생 소나무 0.5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또한, L씨는 물건을 사고 나서 종이영수증을 가능한 한 받지 않는다. 필요하면 파일 이미지로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종이영수증이 하루에 약 4000만 건 발급되며, 이로써 탄소 5500톤이 발생한다고 한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베란다에 놓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에 넣고, 그 처리된 흙은 화분토 등으로 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생활 폐기물 중에서 음식물류가 40%로 많은 편인데, L씨 집의 음식물 배출은 제로인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음식물 택배량이 증가해 플라스틱 배출량도 함께 증가했다.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다.

L씨는 내일도 전기 다림질하지 않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한다. 반바지에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타고. 절전형 모드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