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지구의 평균기온 약 1도 상승은 몇만 년 지구 온도의 추이와 비교할 때 사실 엄청나다.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른데, 전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티핑포인트인 1.5도 상승이 2040년 이전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가을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석탄 사용 금지 등 주요 사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정부나 공공 기관 그리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나, 그 성과는 국제적으로 매우 미약하다. 이젠 국민들도 스스로 나서야 할 때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 2050 탄소중립은 결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감축이 일상 대화의 소재가 되어야 한다. L씨의 탄소감축 실천에 대해 얘기해 보자.
L씨는 하루 한 잔 커피를 사 먹는다. 그는 가방이나 배낭에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컵을 가지고 다닌다. 사무실에서도 일회용 컵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하루 평균 1인당 종이컵 2개를 사용하며, 이것으로 1년에 탄소 3.5㎏(9.58g/일)이 배출된다고 한다. 탄소 3.5㎏/년 감축은 1년에 30년생 소나무 0.5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또한, L씨는 물건을 사고 나서 종이영수증을 가능한 한 받지 않는다. 필요하면 파일 이미지로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종이영수증이 하루에 약 4000만 건 발급되며, 이로써 탄소 5500톤이 발생한다고 한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베란다에 놓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에 넣고, 그 처리된 흙은 화분토 등으로 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생활 폐기물 중에서 음식물류가 40%로 많은 편인데, L씨 집의 음식물 배출은 제로인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음식물 택배량이 증가해 플라스틱 배출량도 함께 증가했다.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다.
L씨는 내일도 전기 다림질하지 않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한다. 반바지에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타고. 절전형 모드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