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 대회의실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분석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이는 전월(10월) 대비 0.7%p 줄고,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하지만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 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승률 자체가 낮아졌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 으로 상당 폭 둔화하였다. 이는 지난주 전망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11월 채소와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각 7.9%, 5.2%나 올랐다.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달에는 채소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7% 하락했고 석유류는 0.3% 느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한다. 하지만 1년 전 채소와 석유류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통계적 착시가 나타난 셈이다.
이는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보통 11월에는 한파로 채소 가격이 10%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지난해의 경우 이상 기온 영향으로 채소값이 7~8%가량 상승했고 유가도 올라갔다"며 "11월 올랐던 채소 가격과 유가 때문에 10월 5.7%에서 11월 물가 지표가 상당 폭 내려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결국 지난달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물가 안정화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물가지표를 두고) '이제 물가가 떨어지겠구나'라는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연초가 되면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5%대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지표가 4%대가 되어도 이를 수학(공식)으로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