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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상승률 둔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효과…실제 물가 안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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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상승률 둔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효과…실제 물가 안정 아냐"

11월 물가상승률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 기록
1년 전 채소·석유류 가격 급등에 따른 통계적 착시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실제 물가가 안정된 것이 아닌 기저 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내년 초까지 5%가 넘는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 대회의실에서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분석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이는 전월(10월) 대비 0.7%p 줄고,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였다. 3월(4.1%)과 4월(4.8%)에는 4%대에 머물다 5월(5.4%)에는 5%를 넘겼고, 6월(6%)과 7월(6.3%)에는 6%대에 진입했다. 8월(5.7%)과 9월(5.6%)에는 다시 꺾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10월에는 5.7%로 다시 올랐고 지난달 둔화 추세가 확연히 나타났다.

하지만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 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승률 자체가 낮아졌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 으로 상당 폭 둔화하였다. 이는 지난주 전망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11월 채소와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각 7.9%, 5.2%나 올랐다.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큰 폭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달에는 채소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7% 하락했고 석유류는 0.3% 느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한다. 하지만 1년 전 채소와 석유류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통계적 착시가 나타난 셈이다.

이는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예고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11월 물가상승률이 나올 텐데 11월은 예외적인 달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11월에는 한파로 채소 가격이 10%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지난해의 경우 이상 기온 영향으로 채소값이 7~8%가량 상승했고 유가도 올라갔다"며 "11월 올랐던 채소 가격과 유가 때문에 10월 5.7%에서 11월 물가 지표가 상당 폭 내려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결국 지난달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물가 안정화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물가지표를 두고) '이제 물가가 떨어지겠구나'라는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연초가 되면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5%대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지표가 4%대가 되어도 이를 수학(공식)으로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