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8%로 집계됐다.
한은의 분석 결과 2021~2022년의 물가 상승은 민간 소비 증가율을 약 5%p 위축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실질구매력 축소가 약 4%p, 금융자산 실질가치 훼손이 약 1%p씩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
이 기간 누적 기준 소비 증가율(9.4%)을 고려할 때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소비가 14% 이상(9.4%+5%p) 증가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고물가의 고통은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 상승률이 각 16%, 15.5%로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았다.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두 그룹에서 컸기 때문이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축소시키는 경로와 자산·부채의 실질가치를 하락시키는 경로를 통해 민간 소비에 영향을 준다"면서 "영향의 정도는 가계의 소비품목 구성(소비 바스켓)과 재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채에 비해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은 물가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융자산의 실질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 상승이 물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저연령층 자가거주자는 물가 상승에 따른 부채가치 하락의 이득을 봤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며 그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 특히 청년층 전세거주자는 물가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실질가치가 하락한데다 고금리로 인한 주거비 상승의 손해를 동시에 입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