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와 금융당국은 티메프의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한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가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돌입했다.
문제는 여행상품과 상품권이다. 티메프를 통해 상품권을 사면 온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핀 번호가 발송된다. PG사들이 “티메프에서 판매된 항공·숙박 등 여행 상품과 해피머니와 같은 상품권은 환불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핀 번호를 받은 시점부터 상품 수령이 모두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현재 상품권과 여행상품의 경우 환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네이버·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 간편결제사는 티메프에서 판매가 이뤄진 여행 상품에 대해서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선환불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간편결제로 결제된 여행상품은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신용카드 결제나 무통장입금같은 현금결재로 여행상품을 결재한 경우는 현재 사각지대에 있어 환불이 어렵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PG사의 환불 거부에 대한 불만이 카드사로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상품권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티메프를 통해 판매된 가장 대표적인 상품권인 해피머니의 발행사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해 마땅히 책임질 주체가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PG사가 상품권과 여행상품 환불을 막아 카드사 자체적인 환불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자들은 사용도, 환불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가능한 '상품권깡'에 대한 규제 정비가 미흡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로 가상 결제를 한 뒤 현금화하는 소위 ‘카드깡’은 불법이지만 상품권을 구매 후 환급처를 통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티메프 사태가 커지기 전에 ‘상테크’라며 상품권을 구매 후 환급처를 통해 현금화하여 차익을 얻는 방법이 인기를 끌면서 매달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상품권을 구매한 소비자도 있는 만큼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들 중에서는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대량 구매한 뒤 현금화해 다음 달 카드 대금을 갚는 일종의 '카드깡' 형태로 악용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신용 취약자들의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정산기한을 단축하고,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티메프 사태 대응 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7일 발표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상품권과 여행상품 구매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방안은 발표되지 않아 피해 고객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와 환불 진행 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카드사, PG사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적인 피해 고객 구제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