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분사 커먼웰스에 추가 투자...2030년대 무탄소 전력 시대 개막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분사 기업인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가 버지니아주에 건설할 핵융합 발전소에서 200메가와트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 20억 달러 모금 기업에 추가 투자
구글은 이번 전력 구매 계약과 함께 커먼웰스에 기존 자본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커먼웰스는 현재까지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이상을 모금한 핵융합 분야에서 자금력이 가장 뛰어난 기업 중 하나다. 구글의 이번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마이클 테렐 구글 청정에너지 탄소 감축 담당 수석 이사는 기자들과 통화에서 "이것은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을 24시간 무탄소 전력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커먼웰스는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 카운티에 건설할 발전소가 2030년대 초까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수십 년간 허황한 기술로 여겨져 왔던 핵융합 기술이 처음으로 실용화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 기존 원자력보다 4배 에너지 생산 가능
핵융합은 현재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분열과 달리,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게 두 개의 원자핵을 합쳐 작동한다. 국제원자력발전기구(IAEA)는 핵융합로가 연료 1kg당 핵분열로보다 4배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으며, "석유나 석탄을 태우는 것보다 거의 400만 배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핵분열로처럼 핵융합 발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대형 기술기업들의 핵융합 투자 경쟁
구글 외에도 주요 기술 기업들이 핵융합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헬리온이라는 회사로부터 2028년까지 50메가와트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헬리온은 오픈AI CEO 샘 알트먼의 지원도 받고 있다.
구글은 이미 커먼웰스의 이전 자금 조달에 투자했으며, 셰브론의 지원을 받는 또 다른 핵융합 기업인 TAE 테크놀로지스에도 투자했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대규모 핵융합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다만 핵융합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비상장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이러한 추세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핵융합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022년 캘리포니아 정부 연구소가 핵융합 실험에서 기존 반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점화"에 성공하면서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밥 뭄가드 커먼웰스 CEO는 2027년에 자사가 이러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수석 핵 분석가인 크리스 가돔스키는 "슈퍼컴퓨팅, 3D 프린팅, 첨단 소재 및 자석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마침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게 됐다"며 "핵융합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회사 캐피털 이노베이션스의 마이클 언더힐 최고투자책임자는 핵융합이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해지려면 15~3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테렐 구글 이사는 "핵융합이 회사의 장기 투자로 여겨지지만, 이제는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