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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고객 발굴·업무시간 단축…AIA·매뉴라이프 등 AI 도입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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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고객 발굴·업무시간 단축…AIA·매뉴라이프 등 AI 도입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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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합뉴스
글로벌 보험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도입해 영업과 고객관리, 서비스 전반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보험연수원과 싱가포르 보험대학(SCI)은 지난 5일 공동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매뉴라이프, AIA, 취리히보험그룹 등의 AI 활용 사례를 조명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AI 관련 법·규제 현황과 보험산업 활용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취리히보험그룹(Zurich Insurance Group)은 업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전략을 구축한 사례로 꼽힌다. 2022년부터 AI 보증 체계를 마련해 규제와 거버넌스를 선제적으로 준비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 이상의 생성형 AI 활용 사례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서 통합 관리되는 ‘Zurich IQ GenAI 라운지’를 중심으로 영업·고객관리 시스템을 연계해 효율성을 극대화했으며, 불과 14명의 소규모 전담팀만으로도 연간 수만 시간을 절감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단순 활용을 넘어 보험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혁신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캐나다 매뉴라이프(Manulife)도 머신러닝 기반 영업지원 도구를 통해 신규 고객 발굴과 후속 상담 가능성이 높은 리드를 선별하고, 고객의 생애 단계와 거래 기록을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를 자동 생성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영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돼, 싱가포르에서만 도입 2주 만에 영업 인력의 68%가 활용을 시작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이밖에 AIA는 2020년부터 디지털·분석 전환(TDA)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인프라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이전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 말부터 전사적으로 생성형 AI를 도입해 Microsoft Copilot을 활용한 요약, 패턴 분석, 콘텐츠 생성, 대규모 자동화 등을 진행 중이다. 영업 리드 관리와 활동 관리, 고객 서비스 등 주요 영역에서 성과가 가시화됐으며, 2024년부터는 아시아 전역에서 고객 경험 개선과 생산성 제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과도한 규제가 혁신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의견을 모았다. 서울대 박소정 교수는 싱가포르의 규제 체계가 ‘프로이노베이션(pro-innovation)·원칙 기반(principles-based)’ 접근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PDPA) 같은 하드로(hard law)와 기업 자율성을 존중하는 ‘AI Verify’ 검증 프레임워크를 병행하면서도, 안전성·신뢰성·공정성과 같은 결과 목표를 중심에 두고 기업 자율에 달성 방법을 맡기는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아브히세크 라티 처브 싱가포르 해외법인 임원도 “세세한 규칙을 강제하기보다는 정부가 공정성·윤리성·책임성·투명성(FEAT) 원칙을 제시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싱가포르식 접근”이라며, “이런 규제 환경이 기업 혁신을 지연시키지 않으면서도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싱가포르처럼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가명 처리된 데이터를 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보험 서비스의 고도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국민 신뢰에 기반한 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