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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국감] 시중은행 1800억 금융사고 내고 증인 빠져…‘맹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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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국감] 시중은행 1800억 금융사고 내고 증인 빠져…‘맹탕’ 지적

부당대출·가계대출 현안 산적에도 채택 불발
입법조사처는 ‘시중은행 직접 감사’ 권고
금융당국 감독·은행 자율규제 한계 노출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왼쪽)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왼쪽)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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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중은행들의 잇단 대형 금융사고에도 관계자들이 국정감사 증인명단에서 빠지면서 '맹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에서 전·현직 직원의 횡령 등으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 규모만 1850억 원에 이른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해졌지만, 은행권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쪽짜리 국감’이라는 지적이다.

1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참했다. 1800억 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단 한 명도 증인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13일(현지 시각)부터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과 일부 국책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역대급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10억 원 이상 금융사고가 13건 발생, 피해액은 약 857억~950억 원에 이른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5건(488억 원) 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4건(110억 원), NH농협은행 2건(약 273억 원), 신한은행 2건(37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약 2년간 누적된 24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여기에 IBK기업은행의 초대형 부당대출 사건(약 882억 원)을 더하면 올해 은행권 전체 금융사고 피해 규모는 1800억 원을 넘어선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의 대출 관행 등에 대한 국감 차원의 직접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시중은행을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점검 대상으로 명시하며 국회 차원의 직접 감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 관련 자료를 필수로 제출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요구 항목에는 △업권별·항목별 가계대출 동향 및 리스크 관리 현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대출 확대 추이 △자율건전성 강화방안 추진 실적 △취약차주 지원대출의 실효성 평가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시중은행의 대출 관행과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 고위험 대출 심사 절차를 국정감사 차원에서 직접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약 2300조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90.5% 수준에 이르렀다. 높은 부채 비율 속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과 부동산 거래 회복세가 맞물리며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대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은행권이 대출 심사 강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정책대출·전세대출 등 DSR 예외대출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면서 “이는 금융당국의 감독 한계와 은행 자율규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약차주와 청년층의 금융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은행이 수익성 제고를 명분으로 리스크를 사회로 전가하고 있고, 국회가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 불평등이 구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