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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달러보험’ 열풍…환율 변동성에 2년 만에 손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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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달러보험’ 열풍…환율 변동성에 2년 만에 손실 위험

보험료·보험금 모두 달러…환차익 기대에 판매 8배↑
환율·금리 변동에 수익 흔들…중도 해지 땐 원금 손실
환율 변동성 심화로 인해 달러보험에 대한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확대보기
환율 변동성 심화로 인해 달러보험에 대한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환율로 최근 2년간 달러보험 가입자가 8배 이상 늘었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로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납입하고 보험금을 달러로 지급받는 구조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달러보험을 ‘환차익 상품’으로 인식하고 가입할 경우 오히려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19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보험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달러보험 판매 건수는 9만5421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판매량(1만1977건)과 비교하면 약 8배 급증한 수치다. 2024년에도 판매 증가세는 이어져, 메트라이프·신한라이프·AIA생명·KB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의 달러보험 판매 건수는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고환율 장기화 전망 속에서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달러보험을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며 가입에 나선 것이 판매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환율은 0.4원 오른 1,474.0원에서 출발해 1,474∼1,475원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작년 말 당국의 강력한 개입에 제동이 걸렸던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최근 다시 이어지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 당국까지 이례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달러보험은 구조적으로 원화 보험상품과 동일한 장기 보장성 상품으로, 환테크 목적의 금융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대와 실제 수익 간 괴리가 크다. 특히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료 부담과 보험금의 원화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같은 달러 보험료를 내더라도 원화 기준 부담이 커지고, 보험금 수령 시 환율이 하락하면 지급받는 보험금의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
달러보험의 납입 보험료 전액이 투자되는 구조도 아니다. 사망 보장 등 위험 보장을 위한 보험료와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만 적립되기 때문에, 환차익을 전제로 한 투자 상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주요 리스크다.

해외 시장 금리 하락 역시 손실 요인이다. 달러보험 중 금리연동형 상품은 투자 대상 해외 채권 금리를 반영해 적립이율이 결정되는데, 글로벌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금이나 환급금이 가입 당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공시이율 하락 시 만기 수령액이 줄어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달러보험은 통상 5년, 10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장기 상품이다. 이 때문에 계약 기간 중 환율이나 금리가 불리하게 움직이더라도 해지 외에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며,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

금감원도 최근 달러보험 판매가 급증한 보험사 경영진을 소집해 과도한 마케팅과 이벤트 자제를 주문했다. 당국은 환차익만을 강조하는 판매 행위에 대해 현장검사와 엄중 제재하고, 달러보험 가입 시 유의사항과 주요 민원 사례를 안내하는 소비자경보 ‘주의’도 발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환율 방향성에 베팅하는 상품이 아니라 장기 보장과 적립을 전제로 설계된 보험”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단기 수익 기대보다 구조적 리스크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