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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인문계 고교 신일고의 반란, 피아노 콘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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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고교 신일고의 반란, 피아노 콘테스트

강북지역 자율형 사립고 신일고등학교(교장 최경호) 교무실 앞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져 있다. 학생들이 등교해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하교할 때까지 피아노의 자동반주기는 유명 클래식 곡들을 연주한다. 점심시간 운동장의 스피커에서도 음악은 흘러나온다. 예술의 전당 이사장을 지낸 이세웅 신일학원 회장의 적극적인 예술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 힘입어 다섯해 전 전교생 대상 피아노 수업이 생겼다. 강북구 미아동 자율형 사립 신일고등학교에서는 창의적이고, 감성을 일깨우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1학년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정규수업으로 피아노를 배우는 전국에서 유일한 학교이다. 피아노를 배운 학생들은 악보를 보는 능력도 뛰어나고, 다른 악기를 접하고, 배우기도 쉽다.

▲대상윤원준이미지 확대보기
▲대상윤원준
각 반은 상, 중, 하 (A, B, C) 3개반으로 나누어 이화여대 대학원 피아노교수학 석사 이상의 전문교사 3명의 선생님이 수준별로 수업하고 있으며, 각각 교실에는 15대, 15대, 10대의 디지털피아노와 교사용 피아노를 갖추고 있다. 피아노는 모든 악기 중의 기본, 때로는 컴퓨터와 TV스크린을 통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을 감상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학생도 있고, 중간에 학업을 이유로 그만 둔 학생도 있고, 전혀 배워보지 않은 학생도 있지만 인지능력이 뛰어난 고등학생 때에 다시 접하는 피아노는 이해도 빨라서 실력이 꽤 많이 상승한다. 친구의 연주를 보면서 서로 자극을 받고,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자신이 들은 그 곡을 연주해보고 싶어서 점심 먹는 것도 미룬 채 피아노교실로 달려오는 학생들은 꽤 많다. 입시의 스트레스, 학업에서 받는 그 스트레스를 피아노를 치면서 잊는 것이다.
그 시간만은 즐겁다. 연주하는 곡도 다양하다. 영화의 OST, 게임음악, 뉴에이지 곡, 가요, 팝송, CCM반주, 재즈,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곡 선정을 하고 연주뿐만 아니라 코드반주도 한다.

▲금상최인혁이미지 확대보기
▲금상최인혁
선진국으로 갈수록 예체능교육이 강조된다고 한다. 영어, 수학, 과학 경시대회만이 아닌 음악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그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교내 경시대회로 ‘드림파워 콘테스트’ 피아노 대회를 연다. 피아노 연주를 통하여 개인의 음악성과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개인에게는 좋은 추억이자 경험이 된다.

예선: 11월 3일, 5일, 7일, 3일간 점심 식사 후 30분을 이용, 심사위원은 3명의 피아노 교사,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소강당, 38명 39팀의 경연, 대부분 솔로로 연주하지만 2개의 팀이 1piano 4hands로 참여,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요일 및 순서를 본인이 제비뽑기로 뽑는다. 심사기준은 음악성, 테크닉(기술), 곡의 완성도, 박자, 리듬감, 무대매너 등을 종합 평가한다.

▲은상이민엽이미지 확대보기
▲은상이민엽
무대조명이 켜지고, 많은 학생들의 참여로 인해 1분30초 정도의 연주를 듣고 선생님은 종을 친다. 다른 반 친구들의 실력은 어떤가, 어떤 친구들이 본선에 올라갈 것인가? 궁금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과 반 친한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온 80〜100명의 학생들이 소강당을 가득 메웠다. 떨리는 순간, 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해 본 경험도 많지 않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하고, 다리가 덜덜 떨려서 페달을 잘 밟기도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차분히 잘 연주해 주었다.

첫째 날, 인상 깊었던 연주는 지난 겨울 큰 인기를 끌었던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의 “Let it go”주제곡을 한 피아노에서 두 학생이 앉아서 연주한 경우였다. 귀에 익숙한 선율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졌다.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재즈버전으로 연주해서 리드미컬하고 신선했던 연주, 쇼팽 에튀드 Op.25, no.9 “나비”는 같은 곡으로 1학년과 2학년 학생이 같은 날 연주가 되었다. 비교가 되어서 더욱 떨렸을 무대이고, 보는 사람은 흥미진진했다.

둘째 날, 인상 깊었던 연주는 존 슈미트의 “All of me”라는 곡이었다. 한 곡 안에서 다채롭게 템포와 리듬이 변화되며 멜로디도 재미있고, 흥이 나게 하는 연주였다. ‘나의 모든 것으로 연주한다’는 뜻의 이 제목처럼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앞 팔)를 이용해서 건반을 누르는 부분이 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OST “He’s a pirate”는 쉬운 버전과 어렵게 편곡된 버전이 바로 이어져서 연주하므로 편곡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B반, C반에서 수업하던 학생들의 연주도 이날 있었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열심히 해서 곡을 외우고, 콘테스트 참여까지 용기를 낸 학생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셋째 날, 드뷔시의 “아라베스크”가 유려하게 흘러가는 선율로 잔잔하게 마음을 울렸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정말 벌이 날아와서 쏘는 듯한 표현을 테크닉적으로도 멋지게 연주했다. 테일즈 위버 게임 OST “Reminiscence”를 연주한 학생은 곡 선정이 아쉬울 정도로 음악성이 남달랐다. 진지하게 피아노를 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본선: 수능이 끝난 다음날. 11월14일은 신일고 축제 "백운제"가 있었던 날, 오후4시〜5시 소강당에서 예선을 거쳐서 평균90점 이상이었던 13팀이 본선에 올라왔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한동안 매우 인기를 끌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와서 "나도 피아니스트다!"라는 타이틀로 본선 경연을 시작, 50여명의 학생이 청중평가단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며 심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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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방법
: 피아노를 배웠거나 관심이 많으신 학교 선생님 다섯 분(박찬혁, 이선근, 양우녕, 김예은, 황지혜)이 청중평가단에 함께 해 주셨고, 음악선생님(이성은)과 피아노교사 2명(이연주,김예지), 특별히 피아니스트이자 한국교원대 권수미 교수도 자리하였다. 청중평가단의 심사방법은 음악선생님들은 모든 학생의 점수를 내었고, 그것을 평균한 점수를 반영, 청중평가단은 13팀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3팀에게 동그라미를 표시하여 그 동그라미 개수를 점수에 반영하고 음악선생님들의 점수와 청중평가단 점수를 7:3으로 적용하였다.

심사결과: 1학년 7반의 윤원준 학생이 쇼팽의 “영웅폴로네이즈”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월등히 뛰어난 연주로 가장 박수를 많이 받고, 모든 교사들이 점수를 가장 많이 준 학생이었다. 청중평가단 심사에서도 거의 모든 학생의 지지를 받았다. 금상은 1학년 2반의 최인혁 학생,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상은 음악교사 점수에서는 많은 점수가 아니었지만 청중평가단의 표를 많이 받은 이수호, 이민엽 학생이 수상하였다.

존 슈미트의 “All of me”를 본인 편곡으로 더 화려하게 즉흥적으로 연주함. 악보를 거의 읽지 못하는데도 귀가 좋아서 듣고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적 끼가 많은 이수호 학생과 Bolcom “Graceful Ghost Rag”와 피아니스트의 전설 OST “The Crave”를 연결, 재즈의 리듬과 악센트를 감질맛나게 잘 살리며 자신있는 연주를 보여준 이민엽 학생이 수상했다. 동상은 쇼팽 “즉흥환상곡”과 드뷔시 “아라베스크”를 연주한 강형석 학생과 신태준 학생이 수상했고, 장려상에 5명의 학생(이준길, 신희범, 김태현, 임혁, 김성지)이 입상하였다.

릴케의 ‘가을날’, 이규리의 ‘청송사과’가 생각나는 가을의 꼬리, 인문고에서 사라진 피아노 콘테스트는 바람직한 인문고의 모습,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작업 중의 하나이다. 이런 정서교육이 군 부대에서의 사고나 인성을 계발하는 자연스런 교과 활동 중의 하나이다. 자율고 신일고의 음악활동이 서울이나 지역의 모범이 되어 정서함양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글로벌이코노믹 이연주 신일고 교사(피아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