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손 이구, 그의 부인 줄리아 리의 죽음은 쓸쓸했다.
줄리아 리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에서 노환으로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손 이구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사업 실패, 슬픈 러브스토리 그리고 쓸쓸한 죽음은 조선의 슬픈 역사를 닮았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자라 미국유학을 떠난 이구는 1958년 8년 연상의 미국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와 결혼한다. 줄리아 리는 독일계 미국인이다. 이구와 줄리아 리는 195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의 한 인테리어 설계사무소에서 만났다. MIT공대를 나온 건축가인 이구는 섬세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줄리아를 매료시켰다.
줄리아 리는 장애 어린이들을 돌보며 수공예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다. 힘든 생활과 종친 등의 시달림으로 두 사람은 77년부터는 별거에 들어간다. 외국인이라며 못마땅해 하던 종친들은 줄리아 리가 후사를 잇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두 사람의 이혼을 종용한다. 결국 82년 두 사람은 결혼 24년 만에 파경을 맞는다.
이구는 이혼 뒤 일본으로 떠났지만 줄리아 리는 한국에 남아 장애인 복지사업 등을 계속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1995년 미국 하와이로 돌아갔다. 줄리아 리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비였지만, 2005년 이구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구는 2005년 7월 16일 도쿄의 옛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선 적통은 쓸쓸한 죽음과 함께 끝을 맺었다.
서창완 수습기자 seotiv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