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코치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 털어놔
[글로벌이코노믹 오풍연 주필] 나는 얼마 전 ‘갑질 전도사’를 선언한 바 있다. 사회의 갑질에 대해서는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뿌리뽑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갑질은 그렇다. 가해자는 그것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해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씻을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갑질은 반드시 응징을 해야 한다. 남의 눈에 피눈물나게 하면 자신도 당하는 게 맞다. 그것이 사회의 정의다.새벽녁 기사를 검색하는데 심석희 선수가 눈에 띄었다. 무언가 하고 봤더니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7살부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뉴스였다. 나도 분노가 치밀었다. 심 선수의 앳된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코치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다. 어떻게 어린 제자를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라고 모두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사람이기를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지난달 17일 조재범 전 코치를 경찰에 고소했다. 심 선수는 2014년 여름부터 조씨가 강제 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을 낸 날은 심 선수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씨의 2심 재판에 나와 엄벌해 달라고 호소한 날이다. 심 선수의 마음 고생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성폭행 사실은 알리기도 어렵다. 용기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성폭행이 시작됐다고 심 선수가 밝힌 2014년은 심 선수가 만 17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아주 어린 나이에 상처를 입은 것. 이때부터 평창 올림픽 개막 두 달 전까지, 4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한다. 심 선수는 특히 국제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거나 대회가 끝난 뒤에도 범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범행 때마다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는 협박과 무차별적인 폭행에 시달렸다고도 털어놨다.
정말 나쁜 어른들이 많다. 지위를 이용해 갑질 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 이들은 천벌을 받아도 모자란다. 그런데도 쉬쉬하니까 갑질을 계속한다. 심석희의 용기에 다시 한 번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가해자 조씨에게는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 조씨는 변호인을 통해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다고 진실은 덮어지지 않는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