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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우리 기업 진출한 외국 현지에 세종학당 우선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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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우리 기업 진출한 외국 현지에 세종학당 우선 설치"

한국어말하기대회 입상자 한글·한국문화 전파자로 우대
ODA사업 통해 제3세계 국가에 문화적 지원 추진
문화백신이 코로나19 우울감 이겨내는데 도움될 것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이미지 확대보기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우리나라 한글과 문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이진식 문화정책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내에서 창의적이고 행동하는 공무원, 소통에 앞장서는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대행으로 2년여 근무하던 때에는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현안을 잘 조율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정착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 어렵던 문화정책국 예산을 늘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진식 문화정책관을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 방탄소년단(BTS)이 여러 음악으로 미국의 빌보드 1위를 기록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사가 완전히 한국어로 된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우리 말 글로 된 노래를 통해서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게 된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유엔 총회에서도 한국어로 연설을 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세계인들의 소통의 언어로 인식되고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황인석 교수; 방탄소년단 인기의 이면에는 한류의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세계인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드라마, 음식한류에서한글한류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세종학당, 외국인말하기대회 등 한국어 세계화 관련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진식 문화정책관: 한국어를 제1, 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어 학습 수요가 늘고 있죠. 현재 82개국 234곳에서 세종학당을 운영 중입니다. 227명의 한국어 교원이 파견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세종문화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확산은 우리나라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알리는 길이기에 문화를 함께 알리고 있습니다.

황인석 교수: 세종학당이 수요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진식 문화정책관: 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약 4,000개 정도인데 이들 기업에 대한 현지인들의 취업 선호도가 높아 한국어 학습 열기 또한 뜨겁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현지인 채용과 의사소통이 용이하도록 기업이나 그 소재지에 세종학당을 설치하는 방안도 실행 중입니다. 인도 첸나이에는 10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그곳에 세종학당 2곳을 개설해 지원한 바 있습니다.

황인석 교수: 비티에스, 싸이, 블랙핑크 등 케이팝의 인기와 다양한 한류의 영향으로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대회’ 열기가 뜨거운데요.
이진식 문화정책관: 지난해 76개국 213개 세종학당에서 1918명이 참가해 10명이 최종결선에 진출했습니다. 단순히 말하기대회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대회 입상자들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한국어학원(교실)을 개설할 때 도움을 주거나 한국어 학습 경험을 활용해서 한국어 교재 발간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한국어 학습을 통해서 가졌던 그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고 또 그들을 통해 한국문화를 전파하고자 합니다. 부족한 세종학당에 대한 대안도 되고요.

황인석 교수: 쉽고 올바른 우리말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미디어나 행정 현장에서 외국어 오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진식 문화정책관: 올바른 우리말 쓰기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책소통이 쉽도록 중앙행정기관과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는 국어책임관 1874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종 연설문이나 정책을 소개할 때 불필요한 외국어 용어가 남용되지 않도록 순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및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쏟아지는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표준화하기 위해 표준화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 106곳에서는 조례를 제정해서 교육청과 함께 쉬운 우리말이 확산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국에 21개 국어문화원을 지정해서 지역어를 보존할 뿐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쉬운 우리말 쓰기, 공공언어 개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매일 수많은 뉴스와 신조어를 쏟아내는 언론사와 함께 언어문화 개선 운동도 벌이고 있죠. 어려운 외국어 등을 쉬운 우리말 대체어로 개발해서 새말로 제공하고 언론사에서 이를 보도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아파트 관련 용어 개선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황인석 교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도 따라야 할 텐데요.

이진식 정책관: 예. 당연히 평가도 하고 있습니다. 45개 정부기관에서 매일 쏟아내는 보도자료, 보고서 내용, 누리집 첫 화면 등을 평가해서 쉽고 바른 용어를 쓰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황인석 교수: 말과 글의 올바른 사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체계화하는 작업도 필요한데요.

이진식 문화정책관: 지금은 에이아이(AI·인공지능) 시대입니다. 초연결성, 초지능화, 자동화가 핵심인데요. 결국 에이아이 시대는 말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말과 글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어 말뭉치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말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세계한국어한마당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세계언어산업박람회로 확대 개최할 계획입니다.

황인석 교수: 우리나라는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고 합니다. 문화정책관으로서 21세기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에 대해서 말한다면.

이진식 문화정책관: 20세기 말 즈음에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했습니다. 문화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개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도입 75년에 불과한 데도 민주주의 발상지보다도 더 민주주의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고요. 경제력으로는 10위권 국가에 이르렀고요. 이러한 국가적 위상을 이루게 된 것은 우리 국민께서 열심히 일한 것이 가장 큽니다. 그 외에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것을 좋아하고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경제 강국이나 한류는 없었겠죠. 한국전쟁 때 참전국들의 배려 또한 잊지 말아야겠죠. 이제는 우리도 그들과 문화적으로 더욱 교류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말과 글이 곧 정체성이고 가치이고 지향점이라고 한다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정신이 곧 인본주의죠. 그런 관점에서 한글을 바탕으로 한 우리 문화는 이미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토대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세계와 소통할 때 문화 다양성이라는 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문화는 국경이 없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아시아문화를 재발견 재해석 융합함으로써 저작권을 함께 만들어 간다면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시아문화공동체를 만들어 실천하면 어떨까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이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황인석 교수: 문화정책관으로서 역점 사항이 있다면 얘기해주시죠.

이진식 문화정책관: 첫째는 문화 다양성입니다. 문화 다양성 기본계획을 개국 이래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다양한 사람들이 신뢰와 개방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가 중요합니다. 한복, 한옥, 한지 등 우리 전통문화자원을 관리 개발해 이를 콘텐츠산업, 관광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국제사회에 문화공동체를 만드는 것인데요. 바로 오디에이(ODA·공적개발원조사업)를 통해서입니다. 우리는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발전을 원하는 국가에 우리의 장점을 제공해서 동반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한류를 만드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세계공영과 상생, 문화 확산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남방, 신북방,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 대한 문화 투자 지원을 하는 것은 한국어의 세계화와도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인석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계도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이진식 문화정책관: 정부는 추경편성 등을 통해서 예산 지원과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백신은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위한 바이오 백신과 마음을 위한 백신. 즉, 문화 백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문화를 향유하고 만들어 간다면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웃음 짓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 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