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다양한 무용 작품의 핵심 주제가 되어 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질병의 차원을 넘어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문명사적 비극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과 온라인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박관정이 관찰한 신도시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아프고 허무하지만 미소 짓는다. 그들은 태연하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초월하고자 마음먹으며 신도시를 넘나들면서 횡단하는 메타버스에서 광활하게 신도시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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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메타버스 시대는 디지털 미디어가 구현한 것으로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전 우주적 존재들을 연결한다. 사람들은 따로 또 같이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유연하게 결합 되었다가 분리되면서 형성된 ‘신도시’ 사람의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전과 다른 질감으로 삶을 지배한다. ‘나인 듯 내가 아닌, 분명 나인 존재’가 메타 도시의 또 다른 신도시를 계획하고 개발하면서 진화를 거듭한다. 박관정 안무의 <신도시>는 문명에 대한 두려움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현대무용의 꽃을 피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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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각각의 무용수들은 돋보이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캐릭터처럼 혹은 가상 세계에서의 ‘자신’이 원했던 모습들을 담아낸다. 조명은 색이 있다면 비닐 커튼 색과 비슷하게 블루 계열의 색을 써 차갑고 낯선 느낌을 주었다. 신발의 상태로 맨발은 현실 세계, 신발을 신은 상태는 가상 세계(메타버스)로 구분하였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박관정은 현대 문명 일부가 되어 현대를 열심히 추어대고,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던 과거를 묻어버린 반짝거리는 신도시의 오늘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1장. 남자의 독무, 음악 ‘The Sabres of Paradise’(천국의 검)의 선율을 을 타고 현실 세계에서의 불안정하고 두려운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비닐 커튼으로 쌓인 낯선 공간에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 두 발로 서있는 것이 어렵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 제한된 공간(오케스트라 피트 앞)에서의 두 다리의 움직임 또한 부자연스럽고 불안정한 움직임이 강조된다. 지극히 회화적이며, 깔끔한 느낌의 군무는 정갈한 밥상 같은 느낌을 준다. 싱그린 젊음이 넘실대는 원색의 공간으로 번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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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3장. 플로어-거울 신(작곡음악), 실제 우주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티브로 무용수마다 자신의 소리를 정한다. 비닐 커튼 아래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은 ‘현실에서의 나’를 찾아가며 현실과 가상의 중간에서 방황한다. 나와 닮은 나, 내가 아닌 나를 발견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자신과 가상 세계(메타 버스)에서의 자신을 찾아간다. 분주함이 만들어내는 생동감, 너무나 아름다운 아날로그적 유대감이 창출하는 메타버스, 나는 쉽게 휩쓸려 가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계절이 밀고 오는 가을처럼 나도 단풍을 입는다.
4장. 여자 군무–새소리(작곡음악), 각각의 소리가 차오르면서 점점 멜로디가 입혀진다. 결정적인 순간 새소리가 나옴으로써 가상 세계로 들어가는 완전한 전환점을 포인트로 주었다. 억압되고 절제된 움직임을 시작으로 어느 순간 끈이 풀리듯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면서 점점 가상 세계에 가까워지듯 힘찬 움직임이 돋보인다. 무용수들은 의상을 바꿔 입으며 가상 세계에서는 ‘어떠한 모든 것도 내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내가 어린 남아가 될 수도 있고, 할머니가 될 수도 있는 가상 세계의 무한함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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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5장. 군무 및 엔딩(작곡음악), 심벌즈는 경쾌하게 역동적인 군무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서로 의상을 바꿔 입고 신발도 신은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의 자기 모습이다. 자신감과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마지막 커튼 앞까지 달려 나오는 구성은 가상 세계의 내부임을 밝힌다. 한 남자가 커튼을 통과해 나오면서 막이 내린다. 그 남자는 첫 장면의 무용수가 아닌 다른 무용수이다. 첫 장면의 남자와 마지막 장면의 남자 의상은 같지만, 모습이 바뀐 장면으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달라진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지 확대보기박관정, 여리게 보이지만 춤에 임해서는 강력한 역동성을 분출하는 현대무용계의 핵심 자원 중의 한 명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사색하듯 걸어가며,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배짱 좋은 춤꾼이자 가능성의 안무가다. 그녀의 가을 안무작 현대무용 <신도시>는 신문명을 대하는 아날로그 추억의 사람들에게 ‘신문명에 잘 적응하면서 미래의 희망’이 되자는 부드러운 설득의 메시지이다. 춤은 기교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의 향기가 나야 제대로 된 춤이다. 신도시는 사라져도 춤꾼들은 늘 그리움으로 남는다. 출연: 양승관, 오신영, 최정원, 김혜미, 김수인, 김송은, 양영진, 이가영, 이상엽
글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