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한 묶음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단체관광객을 특정 국가로 보낼 때는 그 국가에서 이용할 호텔 숙박비, 음식값, 관광지 입장료 등 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관광상품을 구입한 사람은 그런 줄 알고 상품을 구매한다. 그게 상식이다. 문제는 현지 여행사에 한 푼도 주지 않고 관광객을 호텔에 재우고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식사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투어 피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 투어 피(no tour fee), 제로 투어 피(zero tour fee)다. 이보다 더한 게 마이너스(minus) 투어 피다. 여행사가 외국으로 관광객을 보낸 수만큼 인두세(人頭稅) 명목으로 관광객 1인당 일정금액을 달라는 것이다.
부족한 투어 피는 쇼핑이나 선택관광에서 받는 수수료로 메꾼다.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관광업계의 고질병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저가 여행상품에서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우리 국민이 중국으로 갈 때나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오는 상품에서 특히 많았다. ‘왕복항공료보다 싼 여행비’가 대표적인 예다. 여행 기간 내내 수시로 쇼핑하게 하고 고가의 선택관광을 강요한다. 그것도 사전에 높은 수수료(커미션)를 받기로 합의한 곳만 유도한다. 관광객이 다른 곳을 가려 해도 가지 못하게 갖가지 이유를 대서 원천 봉쇄한다. 개별 행동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투어 피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광객이 억류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저가 여행상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로 투어 피, 마이너스 투어 피는 관광객을 송출하는 여행사의 요구 때문만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여행사, 지상수배업체, 항공사 등 관광 관련 업계의 상호 필요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성수기에 항공 좌석을 확보하려면 비수기에 실적을 쌓아야 하는 경우 여행사들은 어쩔 수 없이 초저가 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항공 좌석을 메우기도 한다. 그럴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제로 투어 피, 마이너스 투어 피다. 여행사들은 비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한 초저가 관광상품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성수기 때 고가의 여행상품이나 과도한 선택관광이나 쇼핑으로 메운다. 일부 국가의 경우 과도한 쇼핑을 전제로 마이너스 투어 피 상품을 판매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 관광업계에 이어져 왔다. 물론 저가 여행상품이 우선적으로 판매되는 현실도 여기에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황인석 경기대 미디어문화관광 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