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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장난친 학생 벌청소시켰다고 ‘담임교체 요구’…“교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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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장난친 학생 벌청소시켰다고 ‘담임교체 요구’…“교권 침해”

대법원,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반복·부당 간섭은 허용 안 돼”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교권보호 4법의 신속한 법안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교권보호 4법의 신속한 법안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자신의 자녀에게 벌점을 부과하고 청소를 시켰다는 이유로 담임교사 교체를 지속해서 요구한 것은 교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씨가 교육당국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라는 의견 제시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학부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인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21년 7월 학교장으로부터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사건의 발단은 교실에서 운영된 '레드카드' 제도였다. A씨 자녀는 2021년 4월 수업 중 생수 페트병을 갖고 놀면서 수업을 방해했다. 담임교사는 생수 페트병을 빼앗은 뒤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학생의 이름표를 부착하고 방과 후 14분간 교실을 청소하게 했다.

A씨는 그때부터 담임교사가 자녀를 학대했다며 교감과 면담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남편과 함께 교실로 찾아가 교사에게 직접 항의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도 했다.

담임교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며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가를 냈고, A씨를 상대로 ‘교육활동 침해 사안 신고서’도 제출했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A씨의 행위를 교권침해로 판단한 뒤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조치 결과 통지서를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학교의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행위는 담임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서 교권침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레드카드 제도가 부적절하며 A씨 행위가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친구들에게 공개해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하는 것은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라며 “이런 행위는 교육현장에서 허용되거나 계속 묵인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교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규정한 헌법 31조를 근거로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부모 등 보호자는 자녀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설령 해당 담임교사의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 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담임 교체 요구는 (다른) 해결 방안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시도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만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며 A씨의 요구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자격을 갖춘 교사의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에 따른 판단과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sed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