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헬스장, 필라테스 등 민간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이른바 ‘먹튀폐업’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부천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진보당 이종문 부천시의원은 부천살림연구소와 피해자들과 함께 2일 오전 11시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먹튀폐업’은 헬스장 등에서 폐업 직전까지 높은 할인 혜택을 제시하며 회원들의 장기계약·재등록 등을 유도하고, 돌연 폐업하는 일종의 사기 행각을 말한다.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헬스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선불로 입금한 비용도 환불 받지 못하게 된다. 부천의 경우 터짐 필라테스·휘트니스 중동점, 부천시청점(이하 TG)이 지난 6월경 일방적으로 폐업하며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현재 사업주는 잠적한 상황이다.
부천살림연구소 박태우 연구위원은 지난 9월 3일부터 13일까지 피해자 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피해 연령대는 30대 이하 청년층이 58.9%로 상당수가 사회초년생이었고, 피해자의 42.76%가 1년 이하의 이용자였으며, 등록 직후 바로 폐업한 ‘0개월 이용자’도 7%로 상당했다. 박 위원은 “해당 헬스장은 1년 회원권 결제시 추가혜택 제공을 미끼로 장기계약을 유도했고, 부가세 면제로 현금 결제를 적극 유도했다. 특히 폐업을 앞둔 시점에 ‘마지막 이벤트’ 등을 남발하며 과도한 영업을 집중했고, 이런 사기적 영업의 100%는 6개월 미만 이용자”였다며, “이웃 공동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악질적 사기범죄”라고 규정했다. 특히 “응답자 178명의 피해액 총합은 1억 5,835만원이고, 혼자서 무려 1000만원이나 피해본 분도 계셨다. 실태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과 강사들의 임금체불을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 분석했다.
피해자 A씨는 “경찰서에 신고도 하고, 카드사에 할부항변권 등으로 대응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지금도 필라테스 비용이 할부로 나가고 있다. TG 강사님 중에는 월급과 퇴직금까지 1000만원 넘게 못 받은 분도 계시다. 경찰과 부천시가 꼭 이 사기꾼을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B씨는 “건강을 위해 오랜 고민 끝에 등록한 헬스장인데, 내 돈 내고 마음 놓고 운동도 못하는 세상인 것 같다”며, “선량한 주민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종문 부천시의원(진보당)은 “피해자들은 정치와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며, “부천원미경찰서는 TG 사업주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부천시는 부천 관내의 체육시설에 대한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폐업시 이용자에 대한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여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연내 관련 조례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헬스장 ‘먹튀폐업’이 늘어나며 피해구제 신청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헬스장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19년 1926건에서 2023년 3165건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 국회에서는 체육시설이 3개월 이상 휴업하거나 폐업할 경우 그 사실을 14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헬스장 먹튀 방지법’이 발의된 상태다.
유영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e6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