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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리시의 ‘서울 편입’ 카드, 시민 혜택인가 정치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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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리시의 ‘서울 편입’ 카드, 시민 혜택인가 정치 전략인가

행정서비스·교통·복지 명분 내세웠지만…배경엔 수도권 내 자치권 경쟁과 메가시티 논의 가속
‘서울 편입’ 논의, 권역별 설명회. 사진=구리시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편입’ 논의, 권역별 설명회. 사진=구리시
구리시가 추진 중인 ‘서울 편입’ 논의가 권역별 설명회를 통해 최근 본격화됐다. 표면적으로는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 △복지 예산 증대 △교통 인프라 확대 등 시민 체감형 효과를 중심으로 설명회가 구성됐지만, 정책 기획의 이면에는 자치단체 간 경쟁 심화, 경기북부 소외론, 정치적 구도 조정 시도라는 구조적 맥락이 존재한다.

서울이 되면 더 나아질까? ‘행정 편입’이라는 착시


설명회를 주도한 구리시는 서울 편입 시 연간 877억 원의 세출 절감과 공무원 1인당 행정서비스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이를 ‘시민 혜택 증대’의 정량적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간 재정 재편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복지·교통정책은 광역적 기준 아래 설계돼 있어, 구리시가 편입된다 하더라도 기존 자치단체로서 누리던 독자적 정책 집행력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즉, 재정 자율성과 의사결정 권한을 넘기는 대신, 서울시 정책기준에 편입되는 것이다.

배경에는 ‘경기북부 소외론’과 ‘서울광역권 확장 전략’

정치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구리시는 수도권 동북부에서 상대적으로 개발 소외 지역으로 분류돼 왔으며, 특히 교통 인프라와 광역 정책에서 경기북부 타 시·군과 함께 소외감을 드러내 왔다. 서울 편입은 이러한 정책 배제 상태에 대한 일종의 탈출 전략이자 정치적 선언으로 읽힐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 동북부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상황에서의 메가시티 흡수 전략과 연동해 해석한다. 서울은 2040 장기계획 속에서 동북권 기능 강화와 접경 도시와의 생활권 연계를 강조해왔고, 구리는 그 접점에 서 있다.

시민 설명회. 사진=구리시이미지 확대보기
시민 설명회. 사진=구리시

시민 설명회는 공론화인가 정당화인가


이번 설명회는 명목상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였지만, 발표 내용 대부분은 편입의 긍정적 효과에 집중됐다. 일부 참석 시민들은 “부동산 가격, 개발 규제 변화, 교육환경 등 부작용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정보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편입이 진행되면 △경기도 차원의 기반투자 계획 이탈 △구리시의 광역·기초 역할 혼재 문제 △인근 시·군과의 정책 충돌 등 복잡한 행정 경계 조정 이슈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부족했다.

신중한 검토 없이 추진되면 ‘정치 이벤트’로 전락 우려


구리시는 연구용역 결과와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설명회 구성과 시정 발언을 통해 방향성은 상당 부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편입 추진이 실질적 정책 검토 없이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될 경우, 오히려 시민 갈등과 행정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편입은 단순한 행정 경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구리시가 어떤 도시로 남을 것인가, 어떤 정치·경제적 위치를 택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질문이다. 시민이 얻는 혜택은 그 선택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