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타워·아이타워’ 사업 모두 표류… 의회 무시, 경찰 조사, 배상책임까지 겹쳐

민관합동 약속 깨고 ‘토지 매각’…백 시장의 독단이 불러온 신뢰 붕괴
권봉수 구리시의원은 지난 2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두 사업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모두 백경현 시장의 일방적인 방향 전환과 절차 무시에 의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랜드마크타워 사업의 구조적 변경을 문제 삼았다.
당초 시의회는 민관합동개발 방식에 동의했다. 이는 개발이익을 일부라도 공공으로 환수하고, 시민을 위한 시설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구리도시공사는 최근 별도의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해당 부지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권 의원은 “이는 사업의 근간을 뒤엎는 행위이자, 의회의 동의 없이 추진된 사실상 전면적 사업 재구성”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응해 시의회는 '구리도시공사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출자 재산 매각 시 의회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했으나, 백 시장은 이마저도 재의 요구로 저지했다. 시의회는 이 조례를 2/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한 상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간 헌법적 권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구리아이타워, 이미 계약금 받고도 사업 중단…‘남원시 408억 배상’ 판례와 닮은꼴
아이타워 건립사업은 더 심각한 양상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2022년 7개 민간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PFV를 설립해 구리도시공사와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토지매매계약도 진행됐고 계약금까지 납부한 상태였다. 그러나 시는 2023년 8월 '결과 통과 유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사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문제는 이 결정이 객관적인 행정 검토나 법률적 절차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권 의원은 “이는 정당한 행정행위의 연속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으로, 최근 남원시 모노레일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임 남원시장이 계약한 모노레일 사업을 후임 시장이 취소하자, 법원은 이를 행정 연속성 파괴로 판단하고 남원시에 408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권 의원은 “구리시도 유사한 구조와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계약 불이행에 따른 대규모 손해배상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경찰 조사…시정에 대한 시민 불신 심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백 시장 본인이 아이타워 사업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26일, 백 시장은 경기도북부경찰청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행정 수반이 개발사업과 관련된 법적 조사 대상이 되면서, 시민사회의 불신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권 의원은 “공공개발사업은 철저한 절차와 투명한 행정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시장 개인의 판단이나 정치적 셈법이 시민 전체의 재정적 위험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 시장의 반복적인 절차 무시, 의회 결정 무력화 시도, 최근 폭우 당시 부적절한 대응 등까지 고려하면, 구리시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시정 정상화 위한 제도적 견제 장치 절실
두 개발사업이 구리시 미래에 끼칠 파급력은 단순한 건축이나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이는 행정의 연속성과 투명성, 의회와 집행부 간 권력 균형, 그리고 지방정부의 재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사안이다.
향후 구리시가 이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선 △의회와의 협치 복원 △외부 법률 검토를 통한 리스크 평가 △시민 대상 설명 책임 이행 △무리한 사업 철회가 아닌 합리적 재협상 방안 제시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만약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한 채 정치적 방어에 급급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구리시는 “정치적 독단이 행정 실패를 부른 대표 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