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말자 부산 동래구 여성단체협의회장
국민건강보험은 아플 때 누구나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최근에도 사무장병원, 면허 대여약국과 같은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해 보험료가 부당하게 청구되어 재정이 낭비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 의료인이나 약사가 아닌 사람이 불법으로 개설·운영하면서 과잉진료와 허위청구를 일삼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지조사와 사후관리를 통해 이런 불법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4년 공단 보도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23년 한 해에만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포함한 부당청구 규모가 약 8000억 원에 달했고, 최근 5년간 공단이 직접 환수한 금액만 해도 4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개설기관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운영자가 차명 계좌를 사용하거나 재산을 은닉하고, 위장 폐업이나 도피를 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 단계부터 큰 어려움이 따르고, 어렵게 적발하더라도 실제 환수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거나, 아예 환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구조적 한계가 결국 성실히 보험료를 내는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다. 특사경은 행정기관 직원에게 특정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이미 여러 공공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법 의약품·식품 유통을, 산림청은 불법 산림훼손을, 환경부는 불법 폐기물 처리와 환경오염 행위를 특사경을 통해 단속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각 기관 보도자료 종합). 다양한 분야에서 실효성이 입증된 만큼, 건강보험 영역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 공단 직원이 현장에서 직접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조기에 차단하고 환수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국회와 지방의회가 특사경 도입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시민사회도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정부 역시 특사경 도입을 국정과제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특사경이 특정 기관의 이해를 넘어, 국가 차원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23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약 115조 원으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의료비 부담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방치한다면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특사경 도입은 이러한 위기를 막는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여성단체 대표로서 나는 특사경 도입이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우리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단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근절하고, 국민의 보험료가 올바르게 쓰이도록 지켜내야 할 때다.
특사경 도입은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한 피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국민의 보험료와 건강권을 지켜내는 또 하나의 힘이 될 것이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