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조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현재 부산·경남 통합 논의는 울산을 제외하고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5극 3특’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새 정부는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대경권, 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를 육성하는 전략을 제시했는데 동남권에는 부산, 울산, 경남이 포함된다. 울산을 배제한 통합 논의는 광역경제권 형성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부 전략과 괴리를 낳고 있어 단순한 행정통합을 넘어 국가 전략과 연계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공론화위원회는 2계층제와 3계층제 두 가지 통합 모델을 제시하며 제도적 틀을 빠르게 마련했지만 핵심적인 요소인 시민 이해와 지지는 뒤처지고 있다. 권역별 토론회와 전문가 회의, 여론조사 절차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예정됐던 인지도 조사 발표가 취소되면서 논의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높다. 또한 차기 경남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권순기 공동위원장 사임으로 3주간 공백이 발생한 점도 행정통합 추진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정치적 변수 또한 큰 장벽이다. 현재 중앙정부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만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국민의힘 소속이다. 정부와 지방권력이 상이한 정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더욱이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통합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논리와 선거 변수가 개입해 불필요한 마찰과 정책 실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남아 있지만 현실적 접근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는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 선거 이후 실질적 동력을 확보한 지도자들과 중앙정부 협력 속에서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주민 공감대 형성,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 광역경제권 구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전략이다. 부산·경남은 2026년 지방선거 이후 새로 선출될 지도자들과 정부가 협력해 동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논의를 추진하고, 울산까지 포함한 광역경제권 구축이라는 장기 목표를 현실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지금은 논의를 잠시 보류하고, 전략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