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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무장 병원(약국) 근절, 특별사법경찰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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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무장 병원(약국) 근절, 특별사법경찰이 답이다

정미숙 국민건강보험공단 진주산청지사 과장
정미숙 국민건강보험공단 진주산청지사 과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진주산청지사이미지 확대보기
정미숙 국민건강보험공단 진주산청지사 과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진주산청지사
매년 수천억 원, 사무장병원(약국)과 무면허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불법으로 빼내가는 금액의 규모다.

이 돈은 누군가의 보험료이고, 어떤 환자의 급여비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쌓아올린 의료안전망의 재원이다.

그런데 이 명백한 범죄 앞에서 수십 년째 같은 말이 반복된다. ‘적발하겠다. 환수하겠다.’그러나 사무장 병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제는 솔직하게 물어야 할 때다. 지금의 제도로 정말 막을 수 있는가?
■ 걸려도 뺏으면 그만, 반복되는 구조적 악순환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사무장 병원을 적발하는 주된 수단은 현지조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조사에 불과하다.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계좌를 추적하거나 관계자를 강제 출석시키거나 증거를 압수할 권한이 없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사실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불법운영 사실을 입증해 형사처분으로 이어가려면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한 뒤 기약 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다리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증거가 사라지고, 재산이 숨겨지고, 관계자들은 입을 맞춘다. 설령 수사가 이루어져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빼낸 수십억 원을 실제로 환수하는 일은 드물다.

■ 범위를 한정하면 반론도 사라진다.
공단에 건강보험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핵심은 명확한 한정이다.

수사대상을 의료법 제33조를 위반한 사무장 병원의 건강보험 청구, 그리고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청구, 이 두 유형으로 법률에 엄격히 명시하는 것이다. 이 두 유형의 공통점은 단순한 과잉청구나 코드 착오가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 자체가 없거나, 의료행위를 할 면허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청구다. 적법하게 개설하고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수사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점을 분명히 하면 의료계의 반발 논거는 대부분 무력화된다.

■ 이제는 입법 의지의 문제다

사무장병원 한곳이 수년간 챙겨가는 부정청구액은 수십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그 돈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온 국민 전체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현행제도가 이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십 년의 역사가 증명한다.

논리는 충분히 쌓였다.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 명확히 한정된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사무장병원과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길이다.

남은 것은 입법의지다. 정치권이 결단을 내릴 때, 국민의 보험료를 지키는 제도적 전환점이 비로소 마련될 것이다.

■ 왜 특별사법경찰인가... 전문성과 수사권의 결합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특정 분야의 전문 행정기관에 한정된 법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관세청,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 수십 개 분야에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자신의 전문성 위에 수사권을 얹음으로써 불법행위를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공단은 전국 모든 요양기관의 청구 데이터, 의료인면허정보, 개설이력, 수진자 내원 패턴을 통합 보유한 유일한 기관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무장 병원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역량도 이미 갖추어져 있다.

혐의를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포착하는 기관이 공단임에도 정작 증거를 확보할 수단이 없어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겨줘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과 수사권을 결합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