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대본·안무·연출·출연의 한국창작무용
이미지 확대보기까마귀는 자연의 경고이자 인간의 내면을 상징한다. 까마귀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성적 눈으로 응시한다. 자연 파괴를 저지르는 인간이지만, 그 파괴 속에서 가장 먼저 상처받는 인간의 초상을 몸부림으로 그려낸다. '까마귀 탱고Ⅱ'는 생명과 고통을 대면하는 태도를 미화하지 않는다. 날지 못하는 까마귀의 몸은 책임과 침묵의 무게를 품은 인간의 모습이다. 비상하지 못하고 절규로 전환된 춤은 고통 앞에서의 회피, 파멸적 직면에서의 선택을 질문한다.
'까마귀 탱고Ⅱ'는 전편의 질문을 이어간다. 인간에게 경고 이후의 ‘인간의 선택’을 탐구한다. 까마귀는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내면의 자화상이다. 날개는 책임의 무게로 작용한다. 작품은 관객의 질문을 유도한다. 무용수 13명과 천 도우미 6명이 출연한 작품은 제1장. ‘침묵의 합의’(프롤로그 같은 오프닝), 제2장. ‘날개의 기억’, 제3장. ‘붉은 유산’, 제4장. ‘공모된 침묵의 탱고’, 제5장. ‘날지 않는 선택’, 제6장. ‘다음 질문은 없다’(에필로그)로 구성된다.
무대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인을 상징화한 붉은 천이 장(場)과 장(場) 사이를 연결하는 주제의 핵심이며 무대를 장악하며 압도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까마귀 탱고Ⅱ'는 작품의 특성과 동선 구성상 깊이감이 필요한 작품으로써 극장의 여건상 무대 앞 좌석들을 빼고 무대 확장을 감행하였다. 무대가 앞으로 확장되면서 옆의 가림막이 무용수들의 등퇴장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뒷무대 사용과 천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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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까마귀 탱고Ⅱ'는 자연이 인간에게 생존을 묻는Ⅰ편과 달리 인간이 외면해 온 ‘내면의 형상’을 다룬다.Ⅰ편의 까마귀는 ‘날 수 없는 존재’였다면, Ⅱ편의 까마귀는 ‘날 수 있음에도 날지 않기로 선택한 존재’이다. 땅에 남아 인간과 같은 높이에서 고통을 공유한다. Ⅱ편에서 붉은 오염은 세대를 이어 천천히 확장된다. 인간의 편의성, 무관심, 반복된 침묵의 모든 것이 축적된 ‘유산’이다. 인간과 까마귀 몸의 동일한 붉은 흔적은 그 둘을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음이다.
'까마귀 탱고Ⅱ'에서 정경화의 안무는 불완전한 상태에 놓인 인간이 만든 조직 내에서 부자유스런 존재임을 드러낸다. 자연 파괴의 주체는 인간이지만 인간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순환 구조를 구현한다. 안무 전반에서 현대 사회의 공존처럼 접촉은 따뜻하지 않다. ‘날지 않음’의 안무적 선택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인간과 같은 땅 위에서 고통을 직시하겠다는 태도이다. 마지막 장면의 관객 응시는 작품의 질문을 관객에게 되돌리는 행위이다.
'까마귀 탱고Ⅱ'의 안무적 구성에서 동선은 일반적 확장형 공간이 아닌, 세로축의 지배적 구조를 따른다. 낙하·침강의 방향성 강조 이러한 구성은 존재의 추락과 압박을 시각적으로 체현하는 장치이다. 직선 이동은 선택의 다양성이 제거된 단일한 운명성을 드러낸다. 신체 움직임은 비상하려는 충동과 그 좌절의 반복 구조이다. 신체는 곡선보다 직선적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신체는 필체와 학체의 춤사위로 하나로 유지되지 않고 끊임없이 분리되고 재조합된다.
'까마귀 탱고Ⅱ'의 구성 원리에서 동작은 발전하지 않고 반복되며 점점 압축된다. 무대에는 같은 동작이 반복되지만, 범위는 줄어들고 속도는 불규칙해진다. 이는 신체가 자유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제한되는 상태를 보여준다. 군무는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각 신체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은 조화가 아니라 미세한 불일치의 긴장이다. 집단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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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김예준의 음악은 강렬한 보컬 사운드로 청중을 장악하였다. 도입부부터 분위기를 단숨에 압도하는 목소리는 까마귀의 날카롭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매우 입체적인 구성의 초반부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보컬과 어우러져 세련된 탱고의 미학을 보여주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며 전자기타와 드럼이 주도의 밴드 사운드로 급격히 전환되어 현대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종반에는 모든 선율을 뒤로하고 원초적 타격음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의상은 형태(직선), 질감(인공), 색채(블랙) 구조로 설계되었다. 의상은 생명성을 최소화하고 인공적이고 구조화된 신체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검정 색감은 오염된 환경, 무거운 공기, 침식된 생명성을 상징하며, 직선적 실루엣은 제한되고 통제된 신체 상태를 드러낸다. 의상은 장면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체되며 신체의 노출과 취약성의 심화 과정을 보여준다. 솔로 무용수는 총 3단계 변화를 통해 작품의 정서 흐름을 집중적으로 이끌었다.
정경화 대본·안무·연출·출연의 're-turn vol. 2'의 1부 ‘까마귀 탱고Ⅱ - 공모된 침묵'은 정경화 안무가의 상상력이 문명 비판적 미학에 이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자연은 후손들에게 절망적 환경을 안길 것이다. 철학적 명제에 촘촘히 짠 구성은 비관적 현실 속에서도 격렬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공모된 침묵은 ‘부동(不動)의 동력(動力)’을 소지하고 있다. 정경화의 창작무용은 철학의 반열에 진입한 지 오래되었다.
출연(정경화, 이예은, 안현수, 최지윤, 김세원, 변현서, 박수아, 최세희, 신서정, 이소연, 김미르, 현수연, 강승희, 김민주, 박시현, 이효정, 임에빈, 최세인, 최호정)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제공: 정경화 류 프로젝트·사진ⓒ송우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