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더위 한방에'…KLPGA 대회장 흔든 '스노우Q 냉장고'의 비밀
이미지 확대보기주인공은 바로 '스노우큐(SNOWQ)' 냉장고에 들어 있는 '육각수 물'이다.
26일 강원도 평창의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6491야드)에서 개막해 사흘간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2회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골프'(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
이번 대회에는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을 즐겁게 하는 '신기한' 냉장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그동안 아이스박스에 든 생수에 의존해야 했던 선수들에게 이 냉장고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특별했다. 물이 살짝 얼어 있는 '슬러시 냉각수'로 무더위를 한방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Q: 제노바텍의 스노우Q 냉장고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제노바텍은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을 슬로건으로 삼아, 창의적 사고와 혁신 기술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우리는 지난 120년간 냉장과 냉동 기능에만 충실했던 기존 냉장고의 한계를 깨고, 첨단 ‘과냉각’ 기능을 더한 슈퍼쿨러를 개발했다."
Q: 핵심 기술인 ‘과냉각(Supercooling)’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A: "물이나 음료가 얼기 시작하는 빙점(0℃) 이하의 온도에서도 얼음(고체)으로 변하지 않고 액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물리 현상을 말한다. 액체의 분자 구조가 바뀌지 않은 채 급랭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때 가볍게 '톡' 치는 등의 인위적인 충격을 가하면 그 순간 액체 전체가 부드러운 눈꽃 입자인 슬러시 형태로 변하게 된다."
이 신제품이 빛을 보기까지의 이야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치킨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남정욱 회장의 친구가 일본을 여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닭고기는 냉장고에 아무리 잘 보관해도 신선함을 유지한 채 3~4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일본에서 신기한 '과냉각 냉장고'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초기 기술이었기에 다소 불완전해 보였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냉장고 기술자들을 모집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쉽게 성공할 줄 알았던 과냉각 기술은 막대한 '돈과 시간'을 잡아먹는 '공룡'과 같았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4년 마침내 시제품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치킨 보관을 목적으로 시작한 연구였으나, 결과물은 오히려 음료수와 찰떡궁합이었다. 물이 얼지 않은 채 냉동 보관되다가 꺼내어 조그만 충격만 주어도 순식간에 슬러시로 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완제품을 선보이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할 시점에 코로나19가 터졌다. 마케팅은커녕 온 세상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냉장고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Q: 2023년까지 냉장고 사업이 그야말로 낭떠러지에 직면했던 셈인데.
A: "맞다. 2024년 초에는 폐업 위기에 봉착했다. 연구에 지친 친구가 사업을 더 이상 끌고 가지 못하겠다며 제게 SOS를 보내왔고, 결국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막막했다. 재무구조만 보면 문을 닫는 것이 정답이었다. 벌어둔 돈은커녕 빚만 잔뜩 짊어진 상태였다. 물론 투자를 하겠다는 은행이나 투자자도 적지 않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겉치레가 아닌 완벽한 완성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증권맨' 출신인 남 회장은 '스노우Q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서자 평소 친분이 있던 창업투자사 대표들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했다. 제품을 확인한 대표들의 극찬이 이어졌고, 곧이어 벤처 창업 자금이 모였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제노바텍은 2024년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투자금을 증액해 지난 2월 마침내 본격적인 완성품을 출시했다. 출시에 앞서 영하 3℃의 물, 영하 3~4℃의 맥주, 영하 10℃의 소주에서 슬러시가 만들어지는 스노우Q를 미리 사용해 본 고객들의 만족도는 무려 98%에 달했다.
Q: 일반 주류 냉장고나 냉동고도 살얼음을 만들어주지 않나. 무엇이 다른가.
A: "시중에 유사한 제품들이 잠시 돌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 확연히 다르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기존 주류 냉동고는 벽면을 차갑게 해 내부를 얼리는 ‘직접 냉각 방식’을 쓴다. 주류를 영하 온도로 오래 방치해 강제로 얼리는 방식이다 보니 얼음 입자가 거칠고 성에가 많이 낀다. 반면 우리 스노우Q 슈퍼쿨러는 특허받은 ‘간접 냉각 방식’을 사용한다. 내부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켜 냉기를 균일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성에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음료 전체가 빈틈없이 과냉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전기료 걱정도 덜어준다."
Q: 어떤 음료들을 눈꽃 슬러시로 즐길 수 있나.
A: "음료마다 빙점과 특성이 제각각이다. 스노우Q 슈퍼쿨러는 소주, 맥주, 물, 커피, 탄산음료 등 각 음료의 특성에 맞춰 미세하게 과냉각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어떤 음료든 가장 맛있는 극한의 차가운 상태인 ‘눈꽃 음료’로 제조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성에가 끼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Q: 제노바텍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A: "자연 현상을 정밀한 기술로 통제하여 고객의 일상에 새로운 가치와 즐거움을 안겨 주는 것이다. 철저하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끊임없이 연구해 스마트 냉각 솔루션 분야를 선도해 나가겠다."
사실 남정욱 회장은 숨은 골프 고수다. 한창 코스를 찾을 때는 280야드 안팎의 장타를 때리며 이븐파까지 쳤을 정도다. 하지만 사업에 매달리면서 한동안 골프와 인연을 끊었다가, 최근 냉장고를 출시하며 '하이엔드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해 다시 클럽을 잡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 회장에겐 일이 최우선이다. "이 냉장고는 노벨상 감"이라며 치켜세운 어느 대기업 회장의 격려를 들은 후로 열정이 더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제노바텍은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민국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스노우Q를 기증할 예정이다.
나아가 단순히 슬러시를 만드는 냉장고를 넘어, 음료의 맛을 돋우고 채소·육류·생선 등을 신선하게 장기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물이 컵에 닿는 순간 슬러시로 변하는 과냉각 정수기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남정욱 회장의 '노벨상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안성찬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golfahn58@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