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천시, '시민 혈세 금고’ 논란 일단락…신한·농협 수성

글로벌이코노믹

인천시, '시민 혈세 금고’ 논란 일단락…신한·농협 수성

하나은행 제쳐...연 17조 자금 2027~2030년 4년 관리
하나은행과 금융협약 뒤 불거진 ‘금고 이동설’ 현실화 안 돼 마침표
인천광역시청 전경=인천시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광역시청 전경=인천시
인천시의 막대한 재정을 관리하는 차기 시금고를 둘러싸고 한동안 지역사회를 달궜던 논란이 일단락됐다. 제1금고는 현 금고인 신한은행이 다시 지켜냈고, 제2금고 역시 농협은행이 맡게 됐다.

인천광역시는 17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시 자금을 관리할 금융기관으로 제1금고에 신한은행, 제2금고에 농협은행을 각각 선정했다. 현 시금고 약정은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이번 시금고 선정은 금융기관 교체 여부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적지 않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제1금고를 놓고 2007년부터 금고를 맡아온 신한은행과 청라를 새로운 금융 거점으로 삼은 하나은행이 정면 대결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공모 절차를 통해 2007년부터 인천시 제1·2금고를 각각 맡아왔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시금고 선정 절차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인천시와 하나금융 계열사 간 대규모 금융지원 협약이 체결되면서부터다. 시는 지난 8월 14일 하나은행·하나증권·기술보증기금과 인천의 미래산업과 민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문화, 에너지 등 인천의 미래 성장산업을 대상으로 한 1,500억 원 규모의 기술보증과 2,000억 원 규모의 ‘유니콘 펀드’ 조성 등이 담겼다. 협약의 정책적 필요성과 별개로 시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연간 17조 원 안팎의 자금을 관리하는 차기 시금고 경쟁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제1금고 유력 경쟁자인 하나은행과 인천시가 대규모 금융협력을 발표하자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회 일각에서는 심사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금고 지정 설명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점도 투명성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최종 심사 결과 제1금고는 하나은행이 아닌 신한은행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당시 제기됐던 ‘시금고가 하나은행으로 이미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나 특정 금융기관으로의 금고 이동설은 결과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았다.

다만 최종 선정 결과만으로 당시 제기됐던 절차적 투명성 문제까지 모두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향후 심사 과정의 공개성과 제도적 보완 여부를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남는다. 차기 금고 공모에서 제1금고에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제안서를 제출해 양자 대결을 벌였다. 제2금고에는 농협은행만 참여했다.

인천시는 제2금고에 대해 재공고까지 실시했지만 추가 신청 금융기관이 나타나지 않아 관련 규정에 따라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는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위원회는 대학교수와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민간 전문가와 시의원 등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됐다. 금융기관이 제시한 협력사업 규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무 건전성과 금리, 시민 편의, 실제 금고 관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구조다.
평가 기준은 행정안전부 예규와 「인천광역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인천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인천시와의 협력사업 △그 밖의 사항 등 6개 분야 20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됐다.

신청 금융기관이 제출한 제안서뿐 아니라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각 금융기관의 금고 운영능력과 지역사회 기여 방안 등을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하는 절차도 거쳤다. 최종 종합평가에서 신한은행이 제1금고 부문 최고점을 받아 다시 금고지기 자리를 지켜냈다.

규모도 상당하다. 2026년 본예산을 기준으로 제1금고인 신한은행이 관리하게 될 일반회계·공기업특별회계·기금 규모는 14조4527억 원이다. 제2금고인 농협은행은 기타특별회계 2조199억 원을 맡는다. 두 금고를 합하면 16조4726억 원에 달하는 시민의 재정이 금융기관을 통해 관리되는 셈이다.

이제 관심은 ‘누가 금고를 차지했느냐’에서 ‘선정된 금융기관이 인천에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특히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인천시 제1금고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금고 운영 경험과 전산시스템, 행정 연속성을 강점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장기 운영에 따른 안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번 선정으로 2030년까지 제1금고를 맡게 되면서 인천시와의 동행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됐다. 금융권에서도 신한은행이 장기간 축적한 시금고 운영 경험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웠다고 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향후 4년간 시민과 지역경제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은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 인천에서 발생하는 금융 이익을 어느 정도 지역사회에 환원할 것인지가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특히 이번 경쟁에서 하나은행은 청라에 그룹 핵심 거점을 두고 인천지역 금융·IT 인력을 확대하는 점을 지역 기여의 강점으로 제시했다. 하나금융 측은 청라 이전에 따른 경제·세수 효과 등을 강조했다. 신한은행도 ‘기존 금고를 지켰다’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경쟁 금융기관을 넘어서는 지역경제 기여와 시민 체감형 금융서비스를 성과로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시민의 돈을 관리하는 시금고는 일반 기업의 금융 거래처 선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안정성은 기본이고 단 한 푼의 공공자금도 허투루 관리되지 않도록 투명성과 수익성, 공공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이번 결과만으로 모든 논란이 끝났다고 보기보다 심사 이후의 절차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책임이 있다. 금융기관별 세부 평가 결과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지역사회 기여 약속이 약정기간 동안 실제 이행되는지도 지속 점검해야 한다.

신한은행 역시 다시 시민의 금고를 맡게 된 만큼 과거의 실적보다 앞으로 4년간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장기간 시금고를 관리해온 ‘경험’이 경쟁력이 될지, 장기 독점에 따른 ‘안주’로 비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렸다.

시금고는 은행의 전리품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과 인천의 미래사업을 떠받치는 공공재정의 핵심 관리창구다.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하나은행과의 점수 차이, 지역사회 기여 항목에서 어떤 평가가 이뤄졌는지도 향후 투명성 논의를 위해 살펴볼 대목이다.

인천시는 시금고 지정 결과를 시보와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해당 금융기관에 통지한 뒤 오는 10월 중 신한은행·농협은행과 차기 시금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새 금고 운영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다.

한동안 인천을 달궜던 ‘시금고 하나은행 이동설’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 시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어느 은행 간판보다 선정된 금융기관이 16조 원이 넘는 시민의 재정을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고 그 책임과 이익을 인천 발전으로 되돌려 놓느냐다. 신한은행 측은 ‘수성’의 기쁨보다 그에 따른 책임이 더 무겁게 남았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