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명 목표 여수, 개막 첫 주말 3만5668명…콘텐츠 수준 논란
키르기스 세계유목민대회 공개 정부예산 최소 188억원…109개국 3000여명 참가
마두희도 치맥·EDM·수상행사 확대…지역축제마다 흐려지는 ‘자기 색깔’
키르기스 세계유목민대회 공개 정부예산 최소 188억원…109개국 3000여명 참가
마두희도 치맥·EDM·수상행사 확대…지역축제마다 흐려지는 ‘자기 색깔’
이미지 확대보기61일 동안 300만명을 불러모으겠다는 국제행사다. 직접사업비는 713억원이다.
개막 첫 주말 이틀간 방문객은 3만5668명이었다.
개막 전부터 전시 콘텐츠의 양과 질을 둘러싼 지적이 나왔고, 개막 뒤에도 볼거리와 전시관 완성도 논란이 이어졌다.
이미지 확대보기같은 시기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제6회 세계유목민대회가 열렸다.
109개국 3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말과 유르트, 전통경기와 음식, 공예와 음악을 모두 ‘유목’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었다.
울산에서는 지난 6월 사업비 8억원대의 태화강마두희축제에 사흘간 33만여명이 찾았다.
320년가량 이어진 큰줄당기기를 앞세웠지만 치맥과 EDM, 수상 프로그램이 커지면서 ‘마두희’의 색이 옅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도, 기간도, 운영 방식도 다른 세 행사다. 공통된 질문은 하나다.
지역 이름을 내건 축제에서 정작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얼마나 중심에 남아 있느냐다.
713억원 썼는데 ‘섬’은 얼마나 남았나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여수시와 전남도가 기획해 정부 승인을 받은 국제행사다.
수백개의 섬을 품은 다도해 도시라는 지역성을 앞세워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잡았다.
여수에는 그 주제를 채울 섬 문화도 이미 있다. 거문도뱃노래가 대표적이다.
거문도 어민들이 실제 배 위에서 노를 젓고 그물을 당기며 불러온 노동요로 400여 년 동안 전해졌고 1972년 전남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고기잡이를 떠나 노를 젓고 그물을 당긴 뒤 만선으로 돌아오기까지 실제 어업 과정이 노래와 함께 이어진다.
이미지 확대보기지역 공연에서는 2012년부터 화물차를 배처럼 꾸며 이 장면을 재현해왔다.
지난 15일 세계섬박람회에서도 같은 방식이 등장했다.
흰색 화물차를 천으로 감싸 배처럼 꾸미고 주민들이 짐칸에 올라 노를 저었다.
이미지 확대보기400년 동안 바다와 배 위에서 이어진 노동요가 713억원 규모 세계섬박람회에서도 기존 화물차 재현 방식으로 등장하면서 콘텐츠 수준 논란으로 번졌다.
여수가 가진 섬 문화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미 가진 자산을 ‘세계섬박람회’라는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줬느냐가 문제의 중심이다.
약 188억원 키르기스…행사장 전체가 ‘유목’
이미지 확대보기키르기스스탄의 제6회 세계유목민대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비슈케크와 이식쿨 일대에서 열렸다.
109개국 3000여명의 선수가 코크보루와 경마, 전통 씨름, 활쏘기 등 유목문화에서 이어진 종목을 겨뤘다.
이미지 확대보기스포츠 부문 예산은 3억3420만 솜으로 한화 약 53억원이다.
문화부가 별도로 편성한 약 8억5000만 솜, 약 135억원을 더하면 공개된 정부예산은 최소 약 188억원이다.
행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목’으로 이어졌다.
말을 타고 활을 쐈다. 유르트를 세우고 전통음식을 만들었다. 공예품을 팔고 전통복식과 음악, 춤을 보여줬다.
경기와 공연, 음식과 공예를 따로 떼어놓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보기하루 동안 행사장을 돌아다니면 계속 같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유목민의 삶이다.
프로그램을 늘리면서도 행사의 중심은 흐려지지 않았다.
8억대 마두희, 33만명이 왔지만 ‘마두희’는 얼마나 남았나
이미지 확대보기울산 태화강마두희축제에는 올해 사흘간 33만1300여명이 찾았다. 사업비는 8억원대다.
축제의 뿌리는 320년가량 이어진 울산큰줄당기기다.
사람들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거대한 줄을 직접 잡아당긴다. 울산 원도심의 역사와 시민 참여가 그대로 축제가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런데 축제가 커지면서 다른 프로그램도 빠르게 늘었다.
올해 태화강변에서는 치맥페스티벌과 수상 줄당기기, 용선 체험, 물놀이터, EDM 공연이 열렸다. 원도심에서는 거리음악대회와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이미지 확대보기행사 이름은 ‘마두희’지만 갈수록 태화강 여름축제의 성격도 커지고 있다.
중구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2월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마두희의 역사와 전통이 약해지고 수상 프로그램과 반복 행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3만명이 찾았다는 숫자만으로 마두희를 성공사례로 세우기 어려운 이유다.
사람을 더 모으려고 치맥과 EDM, 물놀이를 계속 붙이다 보면 정작 축제 이름인 ‘마두희’가 작아질 수 있다.
치맥·EDM·먹거리…어디서나 볼 수 있는 축제
이 문제는 여수와 울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축제는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계속 붙인다.
유명 가수와 먹거리 부스가 들어오고 치맥, EDM, 버스킹, 불꽃놀이, 물놀이와 체험행사가 더해진다.
이미지 확대보기하나씩 보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이다.
계속 쌓이면 어느 지역에서 열어도 비슷한 축제가 된다.
마두희에서 큰줄당기기를 빼고 치맥과 EDM, 물놀이만 남기면 울산이어야 할 이유가 약해진다.
세계섬박람회에서도 섬 주민의 삶과 역사, 실제 섬이라는 공간이 밀리고 미디어아트와 공연, 체험시설이 앞선다면 여수라는 이름도 약해진다.
키르기스스탄은 반대 방향으로 갔다.
경기 종목을 늘려도 유목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공연과 음식, 공예까지 같은 주제 안에 넣었다.
무엇을 더 넣느냐보다 무엇을 끝까지 중심에 두느냐를 택했다.
지역 이름을 지우면 무엇이 남나
713억원의 여수세계섬박람회와 8억원대 울산 마두희를 관람객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나는 61일간 열리는 국제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사흘간 열리는 도심축제다.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축제의 이름과 실제 내용 사이의 거리다.
세계유목민대회에서 유목을 빼면 행사가 성립하기 어렵다.
마두희에서도 큰줄당기기를 빼면 축제 이름부터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그 주변에는 치맥과 EDM, 수상행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여수세계섬박람회도 결국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713억원을 들인 박람회라면 관람객에게 ‘여수의 섬’을 남겨야 한다.
공연과 전시만 기억되고 여수의 섬과 섬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면 ‘세계섬박람회’라는 이름도 힘을 잃는다.
지역축제는 프로그램을 많이 넣는 것보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끝까지 중심에 두는 게 중요하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