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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이안 브루마 교수 “트럼프 현상은 직업정치에 대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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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이안 브루마 교수 “트럼프 현상은 직업정치에 대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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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이안 브루마 교수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막말 파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재벌인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 몬마우스대학이 지난 7월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 유권자 423명 중 26.0%의 지지를 끌어내 2∼3위 주자의 지지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위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2.2%)와 3위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1.1%)를 제외한 나머지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10% 미만이었다.

한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인기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의 인기는 식기는커녕 조금씩 더 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데 대해 미국 바드대학의 역사학자 이안 브루마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대한 반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브루마 교수는 3일(현지시간)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직업 정치인 계급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상태가 ‘트럼프 현상’에 대한 기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브루마 교수는 “과거에는 좌파 정치인들이 주로 노동조합에서, 우파 정치인들이 주로 기업가나 지주 가운데서 나오는 등 사회 각 계급의 이해가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을 통해 대변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른 정당에 속했다는 정치인들의 차이를 점점 느끼지 못하게 돼 버렸다”며 “정치 제도는 이념의 승리나 한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라기보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체제로 점점 변해갔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치 현실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낀 결과가 ‘트럼프 현상’ 혹은 이탈리아 좌파 정치인 베페 그릴로의 이름을 딴 ‘그릴로 현상’이라고 브루마 교수는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대한 반란이며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파간 협력을 통치를 위한 협력이 아닌 단순한 부패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브루마 교수는 “민주주의에서는 타협 없이 국가를 통치할 수 없다”며 “트럼프 같은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들에 의한 정치제도의 훼손은 이미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브루마 교수는 중국과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성과는 물론 언론 활동이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같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전 세계 역사학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 비판 성명을 낼 때에도 동참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