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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어디까지 갈까…환율전쟁 이어 무역전쟁 2차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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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어디까지 갈까…환율전쟁 이어 무역전쟁 2차전 돌입

중국, 美·EU 제소 이어 미국 곡물수입 규제 제소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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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대통령 유세 과정을 통해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예고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45%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던 트럼프 당선 이후 G2(주요2개국)의 무역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 차이잉원으로 촉발된 미-중 마찰
미·중 관계를 둘러싼 무역마찰 가능성은 지난 2일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대만 총통과의 통화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는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이 미·중 관계의 기반이 돼온 것을 알겠지만 왜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 채택 이틀 뒤에 이뤄진 데 주목했다. 북한의 석탄수출에 상한을 설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북한의 석탄수출은 전부 중국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FOX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문제를 북핵·무역 문제에 관한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가 미·중 관계를 불확실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미·중 협력을 잠재적으로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美기업 압박 이어 국채 매각 속도 내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트럼프 비난에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닉슨 전 대통령부터 이어져 왔으며 현재 중국이 아주 강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한 전방위 보복을 암시한 중국은 미국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에 대해 1억1850만 위안(약 201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데 이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제너럴모터스(GM)에게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중국의 미국 기업 압박이 트럼프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인 데 대한 보복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중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또 미국의 국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는 10월 말 시점에서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는 1조1157억 달러로 전월 대비 4% 줄었다고 발표했다. 한달새 413억 달러의 미국채를 매각한 셈이다. 이는 2010년 7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중국의 국채 매각은 위안화 절하 방지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수익률 하락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중국의 美기업 제재에 미국도 맞대응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곡물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쌀·밀·옥수수 등 곡물 관세 제도를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

미국의 중국 제소는 자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를 거부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WTO에 제소한데 이어 메드트로닉과 GM 등에게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WSJ 등 외신에 따르면 USTR은 중국이 저율관세할당(TRQ·tarriff-rate quotas)으로 알려진 복잡한 수입 장벽을 복잡하고 불투명하게 운영해 미국 곡물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2001년 WTO 가입 시 쌀 등을 일정량까지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는 ‘저율관세할당’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곡물은 총 3억8100만 달러로 2013년의 23억 달러의 6분의 1 수준이다. USTR은 중국의 부당한 무역 장벽에 따른 미국의 농산물 수출 피해액이 최대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한 WTO 제소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래 15번째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거부뿐만 아니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많은 압박 카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중국 역시 트럼프의 언행이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 무력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위안화 절상 압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힘을 잃었다. 이제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양국의 환율전쟁이 일단 종식된 듯한 양상을 보이며 무역환경을 둘러싼 2차 전쟁이 어디까지 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