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의 공룡인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 일변도의 국제 질서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국제 질서 체제를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FP)가 분석했다. 중국은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중국 편으로 묶어 두려는 게 중국의 기본 전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2월 초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양국 간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고 무한 지원 메시지를 보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6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고,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도 안 된 기간에 다시 1300만 배럴을 샀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인도는 지난달 초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기권했고, 지난 8일 부차 학살 사건에 따라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 표결 당시에도 기권했다.
중국과 인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국가들도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과 서방에 맞서는 신냉전 기류 속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는 게 낫다는 게 이 지역 국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과 태국이 그 대표적인 나라이다. 또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베트남이 미국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번에 미국 편을 들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도 역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주요 20개국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G20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말 발리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푸틴을 초청하겠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미국은 푸틴이 오면 이번 회의를 사실상 보이콧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인도를 견제하려는 파키스탄은 미국과 인도 간 협력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 편을 든다. 북한, 라오스, 미얀마도 러시아 편이다. 최근 미국과의 관계 발전을 모색하던 몽골도 유엔 표결에서 기권하는 등 서방 편에 가담하지 않았다. 포린 폴리시는 "대부분의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국 편을 들었다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