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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표현의 자유 보장” vs 백악관 “가짜뉴스 우려” 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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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표현의 자유 보장” vs 백악관 “가짜뉴스 우려” 격돌 조짐

미 국토안보부 '허위정보 감독위원회' 출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CEO.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트위터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정면 대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록 기업인이지만 머스크는 8000만명 이상의 막대한 팔로워를 거느리며 이미 막강한 1인 미디어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에 그치지 않고 트위터를 개인회사로 전환할 목적으로 인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해온 점을 트위터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을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온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상 향후 트위터의 운영기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머스크에 앞서 트위터에 기반한 막강한 1인 미디어로 유명세를 날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영구퇴출된 이유도 트위터를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극우세력을 선동하는 무대로 악용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주인이 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트위터로 복귀할지 여부가 벌써부터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하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계기로 가짜뉴스가 소설미디어에서 다시 판을 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우려가 미국 정부 차원에서 나오기 시작해 주목된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단순히 일개 기업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 바뀔 트위터와 미국 정부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충돌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것.

◇백악관 통신품위법 개정 추진 시사(?)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사진=로이터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신봉한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것에 바이든 행정부가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백악관 대변인과 국토안보부 장관의 발언에서 감지됐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5일 트위터 이사회가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한 직후 낸 논평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지닌 권력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밝혀왔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성공한 사실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머스크가 트위터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고 트위터 인수에 나섰다고 밝힌만큼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등에 업고 걸러지지 않은 콘텐츠, 특히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키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 측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한 규제 강화를 위해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손질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공화당의 레이번 스파이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사키 대변인이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고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은 인터넷 음란물이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자 미성년자들을 음란물 공세로부터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논란에도 휩사였으나 이 법률 230조에 규정된 소셜미디어에 보장한 면책 특권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를 비롯한 각종 허위정보의 온실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아울러 받아왔다.

통신품위법 제230조는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의 게시물로 인한 법적 책임은 인터넷 업체가 지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이다.

◇마요르카스 국토안보 장관 “허위정보 감독위 신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로이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정부의 두 번째 움직임은 국토안보부에서 감지됐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계기로 2002년 설립된 정부 부처로 국가 안보 및 치안 유지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7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국토안보부소위가 주관한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가짜뉴스를 비롯한 허위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한 태스크포스 조직으로 ‘허위정보 감독위원회’를 국토안보부 산하에 새로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허위정보 유통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내 모든 역량을 집결시키는 차원에서 허위정보 감독위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머스크 “심기 불편하다”


마요르카스 장관의 발언이 있자 머스크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기업인이 연방 정부부처 책임자가 한 발언에 직접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머스크는 극우 논객으로 유명한 코미디언 스티븐 크라우더가 28일 올린 트윗에 단 댓글에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짧지만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크라우더는 “바이든 정부가 허위정보 감독위원회를 가동한다는데 이는 나치 독재정권이나 할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미국 정부를 나치 정권에 비유한 강도 높은 극우 논객의 비난에 머스크도 찬동한 셈이다.

이와 관련, 미국 사회의 여론은 머스크에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표현의 자유에 관해 최근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소통의 장이어야 하므로 온라인상의 모든 표현에 대한 검열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72%가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고 민주당 지지 성향 응답자는 34%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