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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주도 브라질 CSP, 투자 결정 못하고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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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주도 브라질 CSP, 투자 결정 못하고 갈팡질팡

열연강판 공장 투자설 나온지 2개월 만에 슬래브 생산 확대로 전환
슬래브 생산 늘리려면 고로 지어야 하는데 대규모 투자 쉽지 않아
최대주주 발레가 자국 사정으로 머뭇거리면서 중심 못잡고 방황

동국제강의 첫 고로(용광로) 일관제철소인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사진=동국제강이미지 확대보기
동국제강의 첫 고로(용광로) 일관제철소인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이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 현지 고로(용광로) 제철소인 CSP(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가 신규 투자 방안을 놓고 상공정 과정인 고로 1기의 추가 건설과 열간압연(열연강판) 공장과 후판공장 등 하공정 투자 사이에서 좀처럼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업계간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이 시급한데, 방향을 못 잡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12일 인도 철강 전문 언론 스틸오비스(Steel Orbis) 보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CSP는 당초 예정했던 열연강판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대신 반제품 슬래브(slab)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틸 오비스는 철강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슬래브 생산능력이 축소된 이후 연간 300만t의 슬래브를 생산하는 CSP의 능력을 늘리는 것이 더 적절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상업용 슬래브 시장은 공급 부족 상황인데 일본제철이 출자한 브라질 현지 합작사인 우지미나스(Usiminas)가 2016년 쿠바타오(Cubatao) 제철소에서 슬래브 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현지 철강기업들은 열연‧냉연강판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슬래브 부족 물량을 러시아 등 해외로부터 수입해 사용해왔다.

이로 인해 슬래브를 생산하는 CSP는 매출처를 늘릴 수 있었고, 당초 CSP에서 생산한 슬라브 가운데 160만t의 사용권한을 갖고 있는 동국제강도 국내 일부 후판공장 폐쇄에 따라 남는 물량을 현지 또는 다른 중님미 지역으로 판매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제 조치에 따라 러시아산 슬라브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어 CSP가 슬라브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즉각적으로 수요를 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스틸오비스의 설명이다.

ㄱ런데, 슬래브는 고로에서 뽑아낸 쇳물로 만들기 때문에, 슬래브 생산능력을 확중한다는 말은 고로의 추가 건설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CSP는 당초 계획 때부터 고로 2기의 상공정 설비와 하공정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일관제철소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6년 1고로가 가동한 직후 수요산업 약세로 철강시황이 악화했고, 하공정 설비 없이 슬래브만 생산할 수 밖에 없는 CSP는 한때 배추값보다 낮은 가격까지 떨어진 슬래브 시세의 영향으로 만성적자에 빠지면서 추가 투자계획이 연이어 지연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상황이 개선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락했던 세계 경제가 반등을 시작한 2020년 하반기부터다. 갑작스런 수요 급증에 철강가격이 파르게 상승했고, CSP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자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CSP가 시설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 보도를 연이어 내고 있다.

분위기를 놓고 보면 투자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투자가 이뤄지느냐를 놓고 CSP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CSP 지분구조는 세계 최대 에너지 업체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 발레(VALE)가 50%, 사업을 주도한 동국제강이 30%, 파트너 형식으로 참여한 포스코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발레는 대주주이긴 하지만 현금이 아닌 부지와 철광석, 유연탄 등 현물로 출자를 했고, 제철소 건설을 위한 전체 투자규모 54억달러 가운데 현금 조달은 동국제강이 주도했다. 이에 따라 제철소 경영도 동국제강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2고로 추가 건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하공정 투자에 더 의지를 보여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동국제강의 몫인 슬래브가 한국 내에서 사용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격 부침이 심한 슬래브 보다는 하공정 설비를 통해 열연강판 또는 냉연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만들어 판매하는 게 수익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3월에 CSP는 열연강판 공장 투자를 검토 중이며,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 투자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CSP 제철소가 소재한 쎄아라 주 정부는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장을 유치해 판로를 보장할 것임을 약정했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입장이 바뀌어 슬래브 증산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슬래브 가격의 급등세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처 추정하고 있는 현재 슬래브 가격은 수입요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평균 t당 10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900달러 선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또 다시 오른 것이다. 공급망 마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CSP도 기록적인 매출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CSP의 슬래브 출하량은 전년 동월대비 25.5% 증가한 23만2362mt(메트릭톤)이었다. 전월 26만2290mt에 비해 11.4%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판매량이다. 회사의 1~4월 누적 슬라브 출하량은 91만1223mt이었다.

실적도 두드러졌다. 올 1분기(1~3월) CSP의 당기순이익은 3900억원대였으며, 동국제강의 지분법이익은 1224억원에 달하는 등 슬래브 가격 고공행진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는 CSP가 하공정 투자보다 고로 추가 건설에 더 열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철강재 최대 수요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체 유치가 어려운 상황도 슬래브에 집중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P가 슬래브 가격이라는 단기적 시각으로 투자 계획을 잘못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최근 한 달간 슬라브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향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라면서, “전쟁으로 슬래브 공급이 부족해진건 맞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소재한 고로 제철소에서 슬래브를 증산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곳이 많고, 전쟁이 끝나면 공급과잉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면서 CSP의 계획에 의문을 던졌다.

이 관계자는 “당장 시장 상황이 이렇다고 CSP가 대규모 투자를 하는게 맞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가운데 고로와 슬래브 연주기를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한편, 하공정 투자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CSP의 투자 계획이 뼈대를 잡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최대주주인 발레의 우유부단도 한몫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최근 현지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CSP 지분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발레는 이들을 외면한채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CSP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답답한 쪽은 동국제강과 포스코다. 두 회사 모두 포스크 코로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해 글로벌 사업을 적극 추진중인데, CSP는 이러한 전략의 중요한 거점이지만 벽에 부딛쳤다.

이와 관련, 동국제강은 CSP의 투자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