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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대는 끝났다” 삼성, 엔비디아·TSMC 연합군 격파할 ‘AI 핵무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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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대는 끝났다” 삼성, 엔비디아·TSMC 연합군 격파할 ‘AI 핵무기’ 꺼냈다

옆으로 붙이는 시대의 종말… 칩 속에 메모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직 파괴’ 개막
“전기 먹는 하마 AI는 가라” 삼성 MRAM, 구글·메타가 열광할 ‘추론 비용 90% 삭제’ 실체
지난 3월 2일(현지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6에 참여한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2일(현지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6에 참여한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대만과 미국의 강력한 밀착 행보가 반도체 공정의 문법을 뿌리째 뒤흔들며 인류 지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2026년 3월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는 누가 더 미세하게 깎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완벽하게 쌓느냐로 옮겨갔다. 대만의 TSMC가 미국의 엔비디아와 손잡고 3차원 적층(SoIC, System on Integrated Chips) 기술로 인공지능(AI) 칩의 물리적 한계를 밀어붙이는 사이, 삼성전자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첨단 인터커넥트 기술(SAINT, Samsung Advanced Interconnect Technology)로 판을 뒤엎을 준비를 마쳤다. 이는 단순한 공정 경쟁을 넘어 AI 시대의 권력을 누가 쥐느냐를 결정짓는 단판 승부다.

TSMC의 SoIC, 범프를 없애고 빛의 속도를 얻다


국내 반도체와 인공지능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만 연합군이 자랑하는 3차원 적층 기술의 핵심은 범프(Bump, 연결 단자)가 없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있다. 기존에는 칩과 칩을 연결할 때 미세한 공 모양의 단자를 사용했지만, TSMC는 이를 아예 없애고 구리와 구리를 직접 붙여버렸다. 이 방식은 데이터 전송 통로의 밀도를 기존보다 수십 배 높이면서 신호 지연을 제로에 가깝게 줄인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 처리 장치(GPU, Graphics Processing Unit)가 압도적인 성능을 내는 비결은 바로 이 수직 밀착 구조에 있다.

삼성의 SAINT, 메모리와 로직을 하나로 녹여내는 턴키의 힘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의 첨단 인터커넥트 기술은 종합 반도체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수직 통합 능력을 극대화했다. TSMC가 제조에 집중한다면, 삼성은 메모리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한 곳에서 끝내는 일괄 생산(Turn-key)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삼성은 로직 칩 위에 메모리를 쌓는 SAINT-D뿐만 아니라, 로직 위에 로직을 쌓는 SAINT-S, 그리고 통신 칩까지 통합하는 SAINT-L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는 고객사 입장에서 설계부터 최종 패키징까지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MRAM의 참전, AI 모델 추론 비용의 90%를 삭제하다


두 거인의 전쟁에서 승패를 가를 비장의 카드는 차세대 메모리인 자성체 소자 메모리(MRAM)다. 기존 정적 랜덤 액세스 메모리(SRAM)보다 면적을 덜 차지하면서도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MRAM이 3D 적층 구조에 투입되면 AI 모델의 운용 효율은 차원이 달라진다. 수치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3D 적층 칩에 MRAM을 도입할 경우 거대언어모델(LLM)의 추론에 드는 전력 소모와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는 실제 데이터센터 운영 관점에서 AI 추론 비용을 기존 대비 약 10분의 1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휘발성 지능의 탄생, 대기 전력 제로의 시대를 열다


MRAM 기반의 3D 적층 칩이 가져올 또 다른 혁명은 대기 전력의 소멸이다. 기존 반도체는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전기를 먹어야 했지만, 비휘발성인 MRAM은 연산을 멈추는 즉시 전력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이는 기기 자체 실행(On-device) AI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려줄 뿐만 아니라, 수만 대의 서버를 돌리는 빅테크 기업들에 천문학적인 전기료 절감 효과를 선사한다. 효율이 곧 지능인 시대에 삼성이 강점을 가진 차세대 메모리 기술은 TSMC의 제조 권력을 위협하는 가장 날카로운 창이다.

5년 뒤의 승자, 소재와 패키징의 경계를 허무는 자


향후 5년 내 반도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는 단순히 칩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아니라, 소재와 설계를 수직으로 통합해 최적의 비용 효율을 뽑아내는 기업이 될 것이다. TSMC와 엔비디아가 선점한 3차원 적층 시장에 삼성이 메모리 리더십을 결합한 첨단 인터커넥트 기술로 균열을 내기 시작하면서, AI 패권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기술적 우열을 넘어 누가 더 저렴하고 빠른 AI 지능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느냐는 이 전쟁의 결말은 결국 칩 내부의 수직 거리를 누가 가장 먼저 지우느냐에 달려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