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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졸 학력 이젠 필수 아니다"...美 기업들 ‘대졸 필수' 문화 급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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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졸 학력 이젠 필수 아니다"...美 기업들 ‘대졸 필수' 문화 급퇴조

코로나 사태발 구인대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학력 인플레 진정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노동시장 분석업체 버닝글래인스티튜와 최근 펴낸 보고서. 사진=하버드 경영대학원/버닝글래인스티튜트이미지 확대보기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노동시장 분석업체 버닝글래인스티튜와 최근 펴낸 보고서. 사진=하버드 경영대학원/버닝글래인스티튜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미국 기업들의 채용 문화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이른바 구인 대란이 벌어지고 퇴직 및 이직률이 급증하면서 직원 구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면서 대학 졸업장을 필수로 간주하던 오랜 관행이 퇴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학력을 위주로 인력을 모집하던 관행에서 실무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방향으로 새로운 채용 문화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뜻으로 향후 미국 고용시장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00인 이상 기업 67% “지원 자격에서 대졸 학력 없앨 것”


19일(이하 현지시간) 컴퓨터월드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구인구직 전문사이트 인디드가 최근 펴낸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기업의 채용문화’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확인됐다.

502개 미국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입사 지원자들에게 ‘4년제 대학 졸업장’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는 기업 10곳 가운데 6곳에서 하던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날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인디드의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들 가운데 75%가 아직은 대졸 학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가운데 59%가 앞으로는 입사 지원 필수 자격에서 대졸 학력을 없앨 방침이라고 밝힌 것.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에서 대졸 학력을 앞으로는 따지지 않겠다는 계획을 많이 밝힌 점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1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하는 기업의 무려 67%가 대졸 학력을 필수로 요구하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0인 미만의 사업장을 둔 회사 중에서는 53%가 같은 응답을 했다.

◇대졸 학력 안 따지려는 이유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대졸 학력을 더 이상 필수 자격으로 간주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뭘까.

인디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0%는 입사 지원 자격에서 대졸 학력을 없애면 종래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배경을 지닌 구직자들이 지원하는 길이 크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응답 기업의 26%는 대졸 학력자를 실제 채용해본 결과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졸 학력자라고 해서 더 회사 업무에 잘 맞거나 일을 잘 하라는 보장은 없다는 점을 그간의 경험으로 느꼈다는 것.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대졸 졸업장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에서 ‘있으면 나쁠 것 없는’ 정도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학력을 떠나 다양한 종류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면서 “이들은 입사 전 갖춘 학력이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입사자를 실제 업무 현장에 투입하기 전 실시하는 신입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막상 입사해서는 쓸데가 없는 각종 자격증이나 출세지향적인 스펙을 갖춰야만 취업하는 시대는 퇴조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를 뽑는 것이 기업에게도 좋고 구직자에게 좋은, 그래서 서로 윈윈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창의적인 사고 방식이 기업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졸 학력 안 따지려는 이유


실업률 추이와 대졸 학력을 필수로 요구하는 채용 공고 비율 추이. 실업자가 쏟아졌던 2008~2010년 사이에 대졸 학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진=하버드 경영대학원/버닝글래인스티튜트이미지 확대보기
실업률 추이와 대졸 학력을 필수로 요구하는 채용 공고 비율 추이. 실업자가 쏟아졌던 2008~2010년 사이에 대졸 학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진=하버드 경영대학원/버닝글래인스티튜트


이같은 추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노동시장 분석업체 버닝글래인스티튜트와 최근 공동으로 발간한 ‘미국의 구인대란과 실무능력 중심 채용 문화의 확산’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학력 위주로 직원을 뽑는 관행에서 실무능력 위주로 뽑는 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대란이 일어났고 그 결과 기업들 사이에서 4년제 대졸자를 우선으로 채용하는 문화가 확산돼 지금까지 이어졌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발 학력 인플레이션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진정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애초부터 4년제 대졸 학력은 신입 직원의 직무와 관련해 필요해서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구직자가 넘쳐난 상황을 이용해 사용자가 요구했기 때문에 필수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