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보고서 “미국, 쿠바보다 낮은 41위” 평가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9세였던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지난해 76.1세로 크게 줄어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을뿐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국민보다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쿠바 40위, 미국 41위, 불가리아 42위

USOSD가 조사해 발표한 내용은 이른바 ‘지속가능발전(SDG)’ 지수를 기준으로 유엔 회원국들을 평가한 것. SDG 지수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공평성이 얼마나 확보돼 있는지를 비롯해 17개 항목에 걸친 평가 결과를 토대로 집계된다.
이번 보고서에서 이목을 끄는 대목은 미국은 41위로 40위를 기록한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남미의 쿠바보다 한단계 낮고 42위를 기록한 옛소련 연방 국가였던 동유럽의 불가리아보다 한단계 높은 위치로 평가됐다는 부분.
미국의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역량은 21위, 23위, 30위를 각각 차지한 동유럽의 헝가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는 물론이고 남미의 칠레(28위), 우루과이(31위)보다 크게 낮았고 심지어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37위)보다도 낮게 평가됐다.
전체 1위는 핀란드가 차지한 가운데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그 뒤를 이어 북유럽 선진국들이 최상위권을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앞서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월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미국이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과 나란히 ‘흠결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된 것과 맥을 같이하는 조사 결과여서 주목된다.
◇미국식 민주주의와 미국 우월주의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정치사학 전문가인 캐슬린 프리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국이 민주주의 후진국이라는 처참한 평가를 받은 것은 크게 두가지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밝힌 두가지 문제란 만연한 인종차별주의 때문에 건강보험제도, 교육제도, 경제적 보호장치, 환경정책 등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폭력적인 극우세력의 준동으로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 가운데 삐뚤어진 ‘미국 제일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무조건 옳다는 잘못된 우월감으로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궤도를 수정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 문제라는 것.
프리들 교수는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똑같이 ‘미국 우월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지만 특히 공화당의 경우 당 정강 첫머리에 대놓고 ‘우리는 미국 우월주의를 신봉한다’고 표방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USOSD도 이와 관련해 “세계 1위라는 미국의 경제력도 평가에 반영됐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부가 고르게 배분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똑같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특히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은 최근 30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득 불평등 평가에서도 미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부의 양극화 현상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