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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하락장에선 우리가 최후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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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하락장에선 우리가 최후의 승자"

투자 자금 수조 달러 적립
궁지 몰린 기업 '호시탐탐'

미국 뉴욕 맨해튼 블랙스톤 그룹 본사 앞의 옥외 간판. 메타, 트위터, 리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으로 화이트칼라 침체기가 도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맨해튼 블랙스톤 그룹 본사 앞의 옥외 간판. 메타, 트위터, 리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으로 화이트칼라 침체기가 도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주식과 채권 시장이 모두 내림세를 보이고, 내년에 경기 침체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자산 운용의 최대 승자는 사모펀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하락장에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아직 투자하지 않은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를 다량으로 보유한 사모펀드가 최고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사모펀드는 수조 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스워츠먼 최고경영자(CEO)는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사모펀드가 하락장을 가장 잘 이용해 가장 매력적인 투자 상품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약 731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모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현재 500억 달러(약 68조원)의 투자 예치금을 쌓아두고 있고, 이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 로완 아폴로 CEO는 “우리가 이런 장세에서 뛰어나고, 이제 투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폴로는 향후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아폴로와 같은 사모펀드가 자금 경색으로 궁지에 몰린 기업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지적했다. 사모펀드가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투자해 이런 기업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려 한다. 그렇지만, 아직 시장에 나와 있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많지는 않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사모펀드는 채권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직 채권 시장이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게 사모펀드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현재 사모펀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은 건강관리 서비스이다. 이 분야는 미국이 경기 침체기에 진입해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사모펀드가 노리는 또 다른 먹잇감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다. 증시가 뜨거울 때는 비상장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되는 스팩의 인기가 치솟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약세장에서 스팩은 찬밥 신세이고, 사모펀드는 이런 스팩을 헐값으로 매입하려고 한다.

블랙스톤은 지난달에 생명보험회사 레졸루션(Resolution)에 5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전략적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블랙스톤은 또한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쇄 금리인상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찬 바람이 부는 틈을 타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미국 최대 부동산 투자 기업이 됐고, 현재 투자금이 319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서 사모펀드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푸르덴셜 자산운용팀에 따르면 사모펀드 시장 규모가 2012년에는 4조3000억 달러가량이었으나 2021년에는 1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올해 3월 현재 2조5000억 달러가량의 ‘드라이 파우더’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KKR, TPG, 블랙스톤 등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비축해 놓고 있다. 또한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이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에 따라 주식·채권과 함께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